‘NHK 홍백전’의 심사 기준은 히트곡과 함께 대중의 인지도(인기도), 방송기여도, 평소 생활 태도 등이다. 가령 남녀 스캔들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마약이라든가 사기같은 범죄를 저지른 가수는 아무리 인기가 높아도 선발되지 않는다. 또 현재 인기가 없어도 국민적 인지도가 높으면 옛 히트곡만으로도 선발되기도 한다.
반면 거꾸로 ‘NHK 홍백전’ 출전을 사양하는 가수들도 있다. 작년 ‘퍼스트 러브’‘오토매틱’으로 6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 신기록을 수립한 10대 여가수 우타다 히카루는 NHK 회장이 직접 출연을 요청했는데도 한 마디로 거절해버렸다. 거절 이유는 신곡을 준비하기 위해 미국에 가야 한다는 것.
올해 콜롬비아 대학생이 된 열 일곱 살의 우타타 히카루는 이번에도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NHK 관계자의 애간장을 태웠다. 또한 여자 엔카 가수의 상징으로 불리는 재일동포 출신 미야코 하루미(본명 이춘미)는 “25회 이상 출연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일찌감치 ‘명퇴’를 선언해 NHK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렇듯 매년 가수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시험장같은 12월, ‘노래로 여는 21세기의 키― 사랑, 생명, 미래’라는 테마를 내세운 올해 NHK 홍백전 출연자 중에는 안타깝게도 한국 가수 계은숙과 김연자의 이름은 없었다.
출전 가수중 엔카 스타 이치키 히로시, 록 가수 사이조 히데키, 그리고 일본 연예계의 시어머니 와다 아키코(신인 스타들이 버릇없게 굴면 그 자리에서 따귀를 때리는 등 혼을 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같은 재일 동포 출신 톱스타 10여명이 있긴 하지만 이들의 국적은 모두 일본이다.
‘NHK 홍백전’은 오후 7시20분부터 약 4시간 반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되며 볼거리도 많다. 우선 해마다 화제가 되는 것이 게이 가수로 알려진 미카와 겐이치(17회 출연)와 고바야시 사치코(22회).
두 가수는 매년 ‘NHK 홍백전’ 무대에 서기 위해 수천만엔을 기꺼이 의상에 투자한다. 때문에 담당 기자들은 출전 가수 명단이 발표되면 곧장 두 가수의 의상 준비 과정을 취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들의 의상은 방송 당일까지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지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호기심은 더할 수밖에 없다. 아무튼 2000년 마지막날에 펼쳐지는 ‘NHK 홍백전’은 매년 그랬듯이 올해도 일본 국민들의 마지막 축제가 되고 있다.
유재순 <재일르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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