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은 26일 김성만(金盛萬·40) 부주임신부 명의로 관할 서울 중부경찰서에 시설보호요청서를 보내 “각종 단체들이 명동성당에서 집회를 하려 할 때 성당의 동의서를 첨부하지 않으면 허가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으며 경찰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경찰은 명동성당 입구에 경찰력을 상시 배치키로 했다.
명동성당측은 “동의를 얻지 못했는데도 집회를 강행하려는 단체가 있을 경우 진입로에서 막을 것이며 동의를 얻었다 하더라도 천막농성을 위한 자재반입이나 대형 집회를 위한 무대장비 및 확성기는 수위실 밖으로만 제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신부는 “한국 천주교회의 제1성지인 명동성당이 지난 수년동안 각종 이익집단들의 농성장으로 몸살을 앓아 왔다”며 “특히 이달 17∼22일 한국통신 노조원들의 천막농성은 성지에 너무 깊은 상처를 안겨줬다”고 시설보호요청 경위를 밝혔다.
명동성당측은 당시 일부 노조원들이 밤샘 천막농성 과정에서 노상방뇨를 비롯, 미사에 참석하려던 신자들을 성당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거나 여신도에게 폭행을 가했으며 농성후 쓰레기를 치우지 않아 성당 구내가 쓰레기장이 됐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백남용(白南容·55)주임신부는 “성당내 여론을 수렴한 결과 교회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집회는 더이상 용인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민주화 운동 때는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 성지에 찾아와 피난처를 구한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 이익집단들의 집회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한편 올 한해동안 명동성당 구내에서 열린 집회는 모두 214건이었으며 천막농성 등 장기농성은 22건에 달했다.
<허문명기자>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