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달력이 홍보용으로도 사용된다. 그래서 선전을 위해 무료로 증정하기도 하며 쉬이 구할 수도 있다. 이제는 흔하다 못해 전자달력까지 출현한 상태이지만 약 30년 전만 해도 제대로 된 달력 한 권 갖는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았다. 주위의 친척 중에 버젓한 대기업에 다니는 분이라도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사야 했는데 그것도 6장 짜리는 힘들고 석 달이 한꺼번에 들어가 있는 4장 짜리가 대부분이었다. 주로 영화배우들의 사진이 실려 있는 것이었다.
한 10여년 더 遡及(소급)하면 정말 달력이 귀했다. 자유당 시절에는 아예 달력을 나라에서 나눠주기도 했는데 12달이 한 장에 담긴 달력이었다. 그것도 대통령과 부통령의 사진이 좌우에 박혀있고 그 밑에는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아 ‘리승만’ ‘리기붕’이라고 적혀 있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옛날 이야기다. 물론 그 때는 紀年도 檀紀(단기)로 표기했었다. 색 바랜 가족사진과 함께 시골 초가집 벽을 장식하는 유일한 예술품(?)이기도 했는데 1년 내내 붙어 있다보니 연말에 가면 파리 녀석이 실례도 하고 퇴색도 되어 날짜 구별도 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대체로 달력의 첫 장이나 年賀狀(연하장)에 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謹賀新年.’ 그런데 이상하다? 이제는 한글로 적기도 하여 유치원생도 읽기는 읽는데 여전히 뜻은 알 수가 없어 곧잘 묻는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대강 얼버무리지 말고 정확하게 가르쳐 주자. ‘삼가 새해를 축하합니다’라는 뜻이다. 줄여서 ‘賀正’이라고도 한다.
새해를 맞이하는 심정이야 東西古今에 다름이 있겠는가? 그래서 서양 사람들도 같은 내용의 인사를 주고받는다. 지난 한 해 돌아보면 참으로 어려운 일도 많았다. 우리 같은 서민들의 주름살은 또 얼마나 더 늘어났는가?
送舊迎新(송구영신·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함)도 물론 좋지만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여 서로 서로 축하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새해에는 정말이지 뜻했던 바가 속이 후련하도록 성취되기를 기원한다. 특히 독자 여러분의 댁내에 만복이 깃들기를 기원하면서 한 마디 덧붙인다. 謹賀新年, 萬事如意!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e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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