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중고생 31% "학교 안다녀도 그만" 불신 '위험수위'

  • 입력 2001년 1월 3일 18시 46분


학교는 지식과 가치관을 습득하기 위해 반드시 다녀야 하는 곳이라는 개념이 허물어지는 가운데 학생들의 욕구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어 ‘학교붕괴론’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육개발원 이종태 박사팀은 전국 33개 중고교의 학생 교사 학부모 등 2829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6월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분석한 ‘학교 교육 위기의 실태와 원인분석’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의 본분은 공부를 잘하는 것이다’는 질문에 학생의 60.8%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교사의 65.3%, 부모의 71.5%가 이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학교는 꼭 다녀야 하는 곳이 아니다’는 질문에 대해서도 학생의 31.2%가 ‘그렇다’고 대답한 반면 교사와 학부모는 각각 12.8%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학교는 지식과 가치관을 습득하는 가장 중요한 곳이다’는 질문에 학생의 31.5%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중학생(27.5%)보다는 고교생(37.0%)이 더 부정적이었다.

학교교육이 학생의 개성과 진로를 찾아주기에는 비효과적이라는 데 교사의 48.3%, 학부모의 28.7%, 학생의 55.3%가 동의했다.

학교 수업과 관련, 교사의 66.5%가 ‘반 이상의 학생이 수업에 집중한다’고 응답했지만 학생의 65.1%는 ‘3분의 1 정도만 집중한다’ 또는 ‘아무도 집중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학생의 16.9%는 거의 수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또 학생의 57%는 학교교과는 누구나 배울 가치가 있다는 의견에 반대했으며 59%가 원하지 않는 교과를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응답했다.

연구팀은 “학생과 교사의 인식 차이를 학교 안에서 논의하고 해소할 수 있는 교육 역량이 부족하다”면서 △학교의 경직된 관료주의 △획일적인 교육과정 △교사들의 무력감과 좌절감 등을 시급히 해결할 과제로 제시했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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