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단지 입구에서 역까지는 약 1㎞. 집을 나서자 열 걸음 정도 앞에 손을 꼭 잡은 젊은 부부가 걸어가고 있었다. 바로 뒤엔 40대 여성이 홀로 발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모두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었다.
100m쯤 걸었을까. 젊은 남자가 담배를 피워 무느라 겨드랑이에 낀 신문을 떨어뜨렸다. 젊은 부부는 알아채지 못하고 계속 재잘거리며 다시 손을 꼭 잡았다.
바닥에 떨어진 신문을 40대 여성이 집었다.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말없이 계속 ‘그들’을 뒤따랐다.
지하철 환승역에 닿았다. 젊은 남자는 1호선, 여자는 4호선. 부부는 그제서야 손을 떼어놓으며 아쉬운 듯 헤어졌다. 신문을 주웠던 40대 여성이 종종걸음을 쳐 남자쪽으로 다가가 입을 뗐다.
“저기요. 아까 가게 앞에서 신문을 떨어뜨렸어요.”
“어이구 고맙습니다. 근데 왜 지금에야?”
“그냥 보기가 너무 좋아서요….”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