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영화인 중 5할은 일본영화가 키웠을 것이다.”
지난해 첫 단편영화를 찍은 한 영화인의 고백처럼 일본영화가 젊은 영화인에게 미친 영향력은 상당했다. 1996년 시작된 초창기 부산영화제가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냈수 있었던 것도 ‘합법적인’ 일본영화 상영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국내 일본영화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그 소개는 입체적이지 못했다. 잡지사 영화담당 기자로 잔뼈가 굵은 저자가 ‘주목할 만한’ 일본 극영화 100편을 골라 해설을 실은 이 책이 그 ‘첫 단추’가 되어줄 듯하다.
여기서 저자는 어깨에 힘을 빼고 영화의 기초 정보와 주관적인 리뷰, 그리고 제작 에피소드를 곁들이는 대중적인 글쓰기를 택했다.
‘감각의 제국’의 여주인공 마츠다 에이코가 지금까지도 정신병원에서 치료 중이라거나, ‘사무라이 픽션’에서 낭인 무사 주인공을 맡은 호테이 도모야스에게 절반의 한국인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 등은 취재로 건진 생생한 정보다.
하지만 여기 실린 작품들이 모두 ‘주목해야만 할’ 일본의 국가 대표급 영화는 아닌 듯하다. ‘러브 레터’를 만든 이와이 순지는 거의 모든 작품이 망라됐으나, 칸 영화제에서 호평받았던 노장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최근작 ‘간장선생’은 빠져 있어 작품선택에 저자의 취향이 상당히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의 면면을 통해 일본영화의 저력이 다양성과 독창성에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상업적인 영화 몇 편을 일본에 수출한 것에 들뜬 우리 영화의 ‘자만심’을 경계하기에도 충분할 것이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