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는 벌컥 짜증이 났다. 마을버스까지 운행이 중단돼 도보로 10여분 걸리는 시내버스 정류장까지 꼼짝없이 걸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출근하기 싫은데 눈까지 속썩이는군….”
현관 앞에서 김씨를 배웅하려던 여섯 살 난 김씨의 딸. 이 소리를 듣자마자 두 손을 모아 기도하기 시작했다.
“선녀님! 선녀님! 이제 눈을 그만 뿌리세요. 우리 아빠가 출근하기 어려우시대요.”
김씨는 이내 찌푸렸던 얼굴을 활짝 펴고 집을 나섰다. 김씨가 조심조심 마을버스 정류장을 지날 무렵 승용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다가와 멈춰섰다.
“버스 정류장까지 가시는 길이면 태워다 드릴게요.”
반가운 맘으로 차에 올라탄 김씨.
“역시 겨울에는 눈이 와야 제맛이 나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