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하얀 세상' 푸근한 마음

  • 입력 2001년 1월 7일 18시 15분


업무 특성상 일요일에도 회사에 출근하는 일이 많은 회사원 김모씨(35). 새해 첫 일요일인 7일 아침에도 출근을 서두르다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니 밤새 내린 폭설이 아파트 단지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김씨는 벌컥 짜증이 났다. 마을버스까지 운행이 중단돼 도보로 10여분 걸리는 시내버스 정류장까지 꼼짝없이 걸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출근하기 싫은데 눈까지 속썩이는군….”

현관 앞에서 김씨를 배웅하려던 여섯 살 난 김씨의 딸. 이 소리를 듣자마자 두 손을 모아 기도하기 시작했다.

“선녀님! 선녀님! 이제 눈을 그만 뿌리세요. 우리 아빠가 출근하기 어려우시대요.”

김씨는 이내 찌푸렸던 얼굴을 활짝 펴고 집을 나섰다. 김씨가 조심조심 마을버스 정류장을 지날 무렵 승용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다가와 멈춰섰다.

“버스 정류장까지 가시는 길이면 태워다 드릴게요.”

반가운 맘으로 차에 올라탄 김씨.

“역시 겨울에는 눈이 와야 제맛이 나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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