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준(李基俊) 서울대 총장은 “대학의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교육불신 대학에도 책임"▼
이총장은 “졸업생은 사회가, 한국이 아닌 세계무대가 평가할 것이기 때문에 좋은 졸업생을 배출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면서 “대학이 좋은 입학생을 선발하느라 ‘씨름’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말했다.
어떤 졸업생이 훌륭한 졸업생이냐는 질문에 이총장은 “한 교수가 내게 똑같은 질문을 하기에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 말했다”면서 “세계가 바뀌면 훌륭한 졸업생에 대한 기준도 바뀌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졸업생을 배출하는 분야에서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대답했다.
대학이 우리 사회를 이끌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이 이총장의 지론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지향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대학이 고교 교육의 부족한 점을 보충하는 현실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교통 신호를 지키는 등 현 체제의 규정과 질서를 따르는 세계 시민으로서의 기본 교육은 중고교 과정에서 마치고 대학은 학생들이 앞으로 사회활동에 필요한 지식과 기능을 배우고 익히는 장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고교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대학의 신입생 선발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이 이총장의 생각이다.
이총장은 “중고교생이 학교 교육을 불신하는 현상에 대한 일부의 책임은 대학에 있다”면서 “대학이 지금까지 고교 교육을 정상적으로 받아 다양한 소양을 갖춘 사람이 아닌,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잘 친 학생을 선발했다”고 말했다.
‘점수 부풀리기’ ‘상장 부풀리기’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현재의 고교 교육에 대해 이총장은 “정상적인 고교 교육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고교에서 많은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교육부가 ‘최소한 1년반 전에 대학 입시요강을 발표하도록 하는 것’이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이총장은 지적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장점은 있지만 학생들이 입시요강에 따라 공부하기 마련이어서 정상적인 고교 교육에 해가 된다는 것이다.
이총장은 “입시요강에 맞춰 열심히 공부한 단선적인 학생을 뽑는 것이 서울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대학은 다양한 소질을 갖춘 다양한 학생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의 다양한 선발기준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는 ‘혼란’으로 비쳐 공정성과 투명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총장은 “고교장추천제로 선발한 학생이 일반 학생들보다 학업성취도가 낫다”면서 “외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우리나라에서 시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세계경쟁 살아남기 방책"▼
이총장은 이같은 입시제도는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책임을 강조했다.
이총장은 “사회주의체제인 중국의 베이징(北京)대도 교수의 봉급을 차등 지급하는 등 경쟁체제를 채택하고 있다”면서 “서울대도 기금을 마련해 많은 봉급을 주고 석학들을 초빙하는 등 경쟁을 헤쳐나갈 학생을 길러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총장은 “올해부터라도 몇몇 분야는 국제 평가를 받을 것이며 졸업생의 현황을 파악해 산학연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