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돼지사냥'의 이대연씨 "죽은 아내 위해 무대 섰습니다"

  • 입력 2001년 1월 9일 19시 15분


12일부터 서울 동숭동 바탕골소극장에서 연장 공연하는 연극 ‘돼지 사냥’(이상우 작, 연출)은 배우 이대연(36)에게 비원이 서린 무대가 됐다.

이 작품은 식당에서 도망친 돼지와 교도소를 탈출한 ‘사람 돼지’를 둘러싼 해프닝 속에 탐욕과 유언비어로 멍들어가는 인간 군상을 풍자한 작품.

그는 이 작품에서 무위도식자인 주민 방씨와 마을의 유지로 군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구회장 등 1인2역을 맡았다.

“그때 맘으로는 도저히 무대에 오르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뜻도 있고 애들과 살기 위해서라도….”

지난 연말은 그의 생애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교통사고를 당한 뒤 사경을 헤매다 5일만에 숨진 부인(남혜련)을 충북 제천의 고향 땅에 묻어야 했다. 고인은 서른 살이었다. 그는 아직도 하은(6) 예은(4), 두딸이 “엄마, 왜 안 오냐”고 물을 때마다 “많이 아파서…”라며 말꼬리를 흐린다.

‘비언소’ 등 수십편의 연극에 출연하며 15년째 무대를 지켰지만 그의 생활도 다른 연극인들처럼 넉넉하지는 않았다. 성신여대에서 연극을 했던 고인은 그의 아내이기에 앞서 “다른 것은 신경쓰지 말고 좋은 작품을 하라”고 격려하던 동료였다.

이 작품에 함께 출연하는 김승욱은 “연극이야말로 살아야겠다는 희망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출연을 고사하는 대연이를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대연은 “혜련이와 두 딸이 보이지는 않지만 함께 무대에 선다고 생각한다”면서 “두 딸에게 엄마가 하늘나라에 간 사실을 숨기기 위한 ‘연기’가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2월11일까지 화∼금 오후 7시반, 토 오후 4시반 7시반, 일 오후 3시 6시. 1만5000원. 02―762―0010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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