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세상]"지하철 타기 힘드네요"

  • 입력 2001년 1월 10일 18시 58분


“기계가 동전을 그냥 먹어버렸네.”

“지금 갈아타는데 요금을 더 내야 되는 거 아니에요?”

9일 오후 4시경 종로3가 지하철역. 출퇴근 시간도 아닌데 평소와 다른 ‘혼돈’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하루 걸러 많은 눈이 쏟아지고 길도 빙판이 되어버린 탓인지 며칠 새 지하철역에는 ‘어색한’ 승객들이 많이 몰렸기 때문이다.

1구역 기본요금이 얼마인지 물어보는 사람이 우선 평소보다 많다. 목적지를 먼저 누르고 동전을 넣어야 표가 나오는 자동판매기의 사용법을 몰라 쩔쩔매는 아줌마부터 1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개찰구를 통과해 다시 표를 끊는 중년 신사, “교대역이 어디 붙어 있나” “여의도역이 3호선이야 4호선이야” 중얼거리며 유심히 지하철 노선도를 훑어보는 또 다른 중년신사 등….

“삐이익∼.” 표 넣는 곳을 찾다 교통카드 쪽 출구로 잘못 들어간 ‘초보’ 아저씨의 갈 길이 막혔다. 역 안내원의 손짓이 이어지고 진행방향이 막힌 ‘프로승객’들의 시선이 꽂힌다.

“허허, 전철 한번 타기 되게 힘드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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