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최유기>,새로운 감각의 현대판 서유기

  • 입력 2001년 1월 11일 15시 00분


천지가 어지러운 혼돈의 시대임에도 문명과 신앙의 원천 도원향(桃園鄕)에서는 인간과 요괴가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레 이 세계를 가득 채운 마이너스 파동에 의해 광포해진 요괴들은 자아를 상실한채 인간들을 해치기 시작한다.

이 변화의 원흉은 500년 전 봉인된 대요괴 우마왕을 되살리려는 실험이었다. 금기인 화학과 요술의 합성실험으로 소생하려 하는 우마왕을 저지하기 위해 관음보살은 삼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을 서역으로 파견한다.

<최유기>(最遊記)는 친숙한 이름의 삼장법사 일행이 서쪽으로 향하면서 겪는 갈등과 사건을 다루고 있다. 다만 이 만화는 모티브를 취하고 있는 중국의 고전 <서유기>처럼 기이한 모험담에서 비롯되는 불교적 교훈을 담고 있는 작품은 아니다. 작가 미네쿠라 카즈야는 큼직한 설정만을 원전으로부터 차용하여 현대적인 감각의 환타지를 재창조해 냈다.

<최유기>를 보는 가장 큰 재미는 카리스마 넘치는 네 명의 주인공의 특이한 성격이다. 당대 최고승인 삼장법사는 '죽어', '꺼져'를 중얼거리며 총질을 예사로 하고, 천진난만하고 덜렁대는 오공은 먹는 것 이외에는 안중에 없다. 술, 담배, 여자를 지독하게 밝히는 사오정이나 상냥한 이웃집 오빠같은 저팔계도 의외이기는 마찬가지.

이 시대 만화 주인공의 미덕이라 할 수 있는 외모 수려, 성격 파탄, 기량 출중의 덕목을 고루 겸비하고 있는 이들의 여행은 유쾌하고 즐겁다. 뿐만 아니라 단순히 치고 박는 액션에 그치지 않고 고민과 갈등 하나 하나에 동기를 세심하게 부여한다. 또 과거의 상처는 짧지 않은 이야기의 호흡을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독특하고 화려한 그림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최유기>의 서역행을 함께 떠나보자.

김지혜 <동아닷컴 객원기자> lemonjam@now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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