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분명한 점은 우리 후손들의 ‘현재’가 될 ‘미래’는 낙관과 비관 사이,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리란 사실이다. 이 책은 그 지점이 어디쯤 될 것인지를 과학의 눈으로 유쾌하게 조망한 미래서다.
저자는 중학생부터 과학 전공자까지 술술 읽히는 언어로 넓은 오지랖을 과시하고 있다. 우주에서부터 원자까지, 컴퓨터에서 유전자까지 종횡무진으로 누비면서 어렵거나 심각하지 않게 미래의 총체상을 손에 잡힐 듯 그려준다.
일방적인 낙관도, 편협한 비관을 뛰어넘는 균형 감각 역시 돋보인다. 인구 폭발, 에너지 위기, 식량난, 환경파괴 같은 비관적인 주제를 다룰 때에는 다양한 해법을 제시한다.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로봇이나 식량난을 해결할 유전자 식품 같은 희망을 말할 때도 이것이 파생시킬 여러 문제점을 잊지 않는다.
얼핏 가벼워보이지만 책 곳곳에 스며있는 과학 지식은 일반인에게도 고단백 자양분이 될 것이다. 헝가리 수학자 폰 노이만에 제시한 아이디어인 일명 ‘산타클로스 기계’가 그 중 하나다. 생명체처럼 자기 자신을 복제할 수 있는 생물학적 기계를 단 한 대만 만들 수 있다면, 개념적으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온실효과를 없애는 정도의 일은 식은 죽 먹기다.
인간이 살기 힘든 별을 살만한 곳으로 바꾸는 ‘테라포밍’(terraforming)에 대한 설명도 흥미진진하다. 극심하게 추운 화성은 알루미늄 호일로 만든 거대한 거울을 궤도에 띄워서 빛을 쏘거나, 고체연료 동력장치로 혜성과의 충돌을 일으켜 표면의 얼음을 수증기와 물로 바꿀 수 있다.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제2, 제3의 지구를 찾아 떠나는 ‘우주의 방주’ 프로젝트를 생각할 수 있다. 몇 세대에 걸쳐 우주 곳곳으로 전파된 인간은 다양한 행성에서 서로 다른 종으로 진화해갈 것이다. 그쯤되면 인간이 단일 종이 아니라 ‘호모 인터스텔라’(은하계 인류)가 되리란 전망은 허황되지만 유쾌한 상상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저자는 먼 미래에는 ‘호모 사피엔스’의 멸종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직시하고 있다. 하루 아침에 공룡을 멸종시킬 만큼 파괴적인 유성 충돌이 3500만년 내에 벌어질 것이며, 태양의 온도가 점점 올라가면서 10억년 후에는 지구에는 생명이 살 수 없게 된다. 시간을 더 멀리 돌리면, 1조년 후에는 우주의 거의 모든 별들에 빛이 꺼지고 우주상의 모든 생명에 조종이 울릴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인간에게 ‘미래’란 무엇을 뜻하는가? 저자의 해답은 미래의 후손들을 위해 책 말미에 달아놓은 편지글 속에 있다. “나는 여러분들이 오히려 20세기의 나를 부러워하게 될 까봐 두렵다… 나의 가장 큰 희망은 어려분 시대의 사람들이 이 시대 사람들보다 현명해지는 것이다.” 결국 ‘미래’의 색깔은 ‘현재’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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