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인터넷이 만들어낼 미래 경제에 대한 책들이 더러 출간되었지만 개념적인 수준에 머물렀지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반면 이 책은 자본주의 이후의 경제체제, 즉 정보기술과 인터넷이 중심이 되는 초자본주의(metacapitalism)의 세계를 자료와 함께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신경제의 기본 흐름은 ‘탈자본화’에 의한 산업구조의 해체와 재구성. 인터넷이 기업 경영에 활발히 도입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은 자신의 핵심 역량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에 의존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점차 산업은 특정 부문의 핵심 역량을 가진 몇 개의 집단으로 구분되며, 특히 고객 관리와 브랜드 자본 관리에만 집중하는 브랜드 소유 기업이 등장하게 된다. 저자들은 전통적인 자본주의 경제에서 중시했던 물리적 자본(생산설비, 물류센터, 소매점포 등)이나 운전 자본(자금)의 비중은 약해지고, 오히려 인적자본이나 브랜드자본이 중시되는 현상을 탈자본화라고 명명한다. 자본주의는 탈자본화 과정을 거치면서 새롭게 변모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GM이나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와 같은 자동차기업들이 생산이나 부품조립보다는 제품개발, 고객정보 관리, 브랜드 유지에 자신의 핵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통신기기산업에서도 시스코 노텔 등 혁신 기업의 경우 총자산에서 물리적 자본과 순운전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면서 새로운 경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자들이 주장하는 초자본주의, 즉 메타캐피털리즘의 세계를 잘 소화하기 위해서는 가치창출공동체(VAC·Value―Added Communities)와 메타 마켓(meta market)의 개념을 잘 이해해야 한다. 가치창출공동체란 브랜드 소유 기업의 외부에 존재하는 아웃소싱 네트워크를 의미하는데 바로 제품생산 및 배달과 관련된 공급 사슬을 지칭한다. 또한 메타 마켓이란 다양한 가치창출공동체로 구성된 거대한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이 메타 마켓에서 가치창출공동체들의 경쟁을 통해 더욱 효율적인 공동체들은 생존하고 나머지는 도태될 것이다. 현재 미국 화학산업의 켐크로스닷컴이나 철강 업의 E스틸이 산업 내 공급사슬의 비효율성을 해결하기 위해 형성된 대표적인 가치창출공동체들이다.
결국 이 책이 경영자들에게 던지는 새해의 화두는 ‘무엇을 자신의 핵심 역량으로 육성할 것이며, 아웃소싱에 의존하는 기능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기업의 구성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인 것 같다.
이동현(가톨릭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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