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독서]'옛문명의 풀리지 않는 의문들'

  • 입력 2001년 1월 12일 19시 04분


상상을 넘어서는 규모에다 엄밀한 수학적 지식까지 동원된 이집트 가자의 피라미드, 기하학적 문양과 동물무늬를 엄청난 크기로 펼쳐낸 나스카 평원의 그림….

먼 옛날 인류는 어떻게 이런 엄청난 일을 이뤄냈을까? 플라톤의 기록처럼 물 밑으로 가라앉은 아틀란티스의 선진 문명인들에 영향받은 것일까, 외계인들이 직접 혹은 우리의 선조들을 동원해 자신들의 자취를 남긴 것일까?

‘진지한’ 과학자와 고고학자들은 이런 상상들에 대해 코웃음을 친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공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입장이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데야 일고(一考)의 필요는 있지 않겠는가, 확보할 수 있는 한 모든 자료를 활용해 이런 주장들이 담은 허실을 짚어보는 것이 유익하지 않을까?

그러나 저자의 균형감각은 ‘산술적 균형’과 거리가 멀다. 이집트 피라미드에 대한 의문들을 두드려보자. 1960년대 ‘피라미드는 외계인이 감독한 작품’이라는 설이 널리 유행했다. 피라미드가 기술적 진화과정 없이 갑자기 등장했으며, 파이(원주율)와 같은 ‘수준높은’ 수학적 비례들을 포함하고 있고, 돌을 옮기는 데 필요한 목재도 나일강가에는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그러나 책은 이 가정들을 차근차근 반박한다.

피라미드가 벽돌 단(壇)에서 출발해 점차 높아지며 발전해온 사실은 유적을 통해 증명된다. 22를 7로 나누면 실용적으로 거의 정확한 원주율을 얻을 수 있으며 이는 수준높은 지식이 아니다. 고대 문명 당시 이집트는 지금보다 훨씬 습하고 다양한 생태계를 가진 지역이었다. 결국 피라미드를 비롯한 고대 문명은 ‘신의 지문’이 아니라 ‘역사의 지문’이라는 것.

“인류가 현실감각을 유지하고 과거의 사실에서 올바른 교훈을 배운다면 초고대문명이라는 허구에 의존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역사를 다루는 자에게 가장 큰 위험은 하나의 결과만으로 그것이 의미있는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펜을 탁자 위에 던져 보라. 별 중 어느 하나를 가리키거나 해 혹은 달이 뜨고 지는 방향 중 하나를 가리키게 될 것이다.”

마야의 새(鳥) 문양을 로케트의 모습이라고 주장하는 등의 지적 사기에 대한 저자의 반박은 준엄하기까지 하다. 반면 성서에 나타난 일화들에 대해서는 다소 관대한 편. 동방박사를 베들레헴으로 이끈 별은 행성들의 일치현상이나 혜성의 출현으로 설명할 수 있고,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은 당시 중근동을 휩쓴 화산의 분출로 해석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진단이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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