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가]소설이 아니면 모두 비소설인가

  • 입력 2001년 1월 12일 19시 04분


1999년 출판된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솔)이란 책이 있다. 조선시대 회화의 명품을 골라 그림에 담겨 있는 의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삶과 철학, 당시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설명하고 그것을 통해 옛그림의 매력을 흥미롭게 소개한 책이다.

이 책은 출간 직후 한 대형서점의 비소설 코너에 진열된 적이 있었다(물론 예술코너에도 진열됐다). 인문역사서이기도 하고 예술서이기도 하며 문화재서적이기도 하지만 분명 비소설은 아니다. 잘못된 분류였다.

이러한 오류는 대형 오프라인서점의 안이한 도서 분류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형서점 대부분의 도서 분류를 보면 소설, 비소설, 인문과학, 정치사회, 경제경영, 자연과학, 예술, 외국어, 어린이, 컴퓨터 식이다. 베스트셀러 순위 집계도 이 분류에 의해 이뤄진다. 이런 식의 도서 분류는 수 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문화가 다양해지면서 출판물의 내용은 빠른 속도로 다양해지고 있는데 서점의 도서분류는 제자리걸음이다.

이같은 구태의연한 분류법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궁리출판사의 이갑수 사장은 “그동안의 분류는 서점 편의에 따른 분류로, 독자들의 선택권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물론 오프라인 서점은 공간적인 한계상 다양한 세분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개선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것만은 사실이다.

우선 비소설분야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소설이 아닌 것은 모두 비소설이어야 하는데 비소설이라는 분류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말이다. 이 사장은 “억지 춘향격인 비소설을 없애고 좀더 세분화된 분류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특히 청소년코너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오프라인서점과 달리 일부 온라인서점에서는 비교적 다양한 분류가 이뤄지고 있다. 가정과 가족, 휴먼스토리(인물), 자기관리(자기계발), 여행과 지리(여행과 취미), 청소년 등. 세밀하고 정교한 분류는 독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고 동시에 새로운 독자를 창출하는 계기가 된다.

도서정가제를 놓고 오프라인서점, 온라인서점 간의 신경전은 여전하지만 독자들에 대한 서비스는 부족한 것이 지금 우리 서점의 현실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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