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이 내리고 출구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일본어로 대화하면 모두 깜짝 놀라 우리들을 돌아본다. 그 얼굴에는 “이 일본인들은 어떤 기분으로 봤을까”라고 쓰여져 있다. 커튼 콜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며, 눈물을 글썽이는 일본인을 그들이 본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그렇다. 그런 일본인도 적지 않은 것이다.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확립하려는 일본과 그것을 저지하려 하는 명성황후가 벌이는 투쟁의 역사가 이 작품의 드라마를 구성하는 날줄이 된다. 씨줄은 ‘어둔 밤을 비춰주오∼’라고 노래하는 명성황후 개인의 내면세계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 전체에는 일관된 테마가 흔른다. 음모가 소용돌이치고 처참한 암살극이 벌어지는 어른들의 세계, 그리고 사랑과 희망이 충만한 순수한 어린 아이의 세계가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명성황후가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한 것이 왕실 뿐 아니라 순수하고 따뜻한 조선의 백성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본다면 ‘백성이여 일어나라’는 인간적인 삶을 위해 싸우는, 모든 시대의 모든 사람들을 향한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런 메시지를 깨달은 일본인은 막이 내려지면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감동의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안내한 40여명의 일본 관객 중 30여명이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이미 예술 작품으로 보편적인 공감대를 확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 개선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명성황후의 비교적 촘촘한 내면 묘사에 비해 구성이 정교하지 못하다. 작품의 템포가 지나치게 단조롭고 너무 빠르다. 고르지 못한 솔리스트의 가창력도 약점이다.
이런 점들을 개선한다면, 이 작품은 명성황후를 둘러싼 예민한 이슈를 넘어서 공연물 자체로 일본 공연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기시 토시로(岸俊郞·전NHK서울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