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는 지금 이사중.’
지난해 연말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일산신도시를 포함한 경기 고양시다. 늘어난 인구만 무려 24만6000여명. 웬만한 시 하나가 생겨난 셈이다.
지난해 11월말을 기준으로 한 일산 신도시의 인구는 28만5804명. 1월부터 11월까지 전입한 인구는 5만9864명이고 전출한 인구는 5만6357명이다. ‘주민등록상’ 일산신도시를 들락거린 사람이 총 11만6221명으로 인구대비 40.6%에 해당한다.
분당도 만만치 않다. 같은 시기 인구는 39만2429명이고 전입 7만5461명, 전출 7만5878명으로 전출입 비율이 일산에 못지 않은 38.5%에 이른다.
서울의 전출입비율이 연간 10% 안팎에 100만명선인 것에 비하면 신도시는 ‘연중 이사중’인 것과 다름없다.
고려대 사회학과 윤인진 교수(39)는 “신도시에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아직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30, 40대가 대부분이어서 전출입이 잦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30, 40대가 자녀의 취학초기인 ‘가정형성기’에 있다보니 가족 구성원에 의한 이동 가능성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다는 점도 원인으로 들었다.
부동산 중개업소, 이삿짐센터 등은 ‘늘 이사중인’ 신도시에서 톡톡히 재미를 보는 업종.
일산이나 분당의 중개업소 아무 곳에나 들어가 원하는 평형대를 말해주면 모든 업소가 온라인으로 연결돼 있어 각 동별 시세가 순식간에 컴퓨터에 뜬다. 체인점은 아니지만 좁은 지역에서 워낙 전출입 인구가 많다보니 중개업소들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
일산신도시 이삿짐센터 1호인 고양익스프레스는 93년 1월 등록한 이후 단 하루도 손님이 없었던 날이 없다. 비수기인 요즘도 주말 3∼4건, 평일 1∼2건의 예약접수가 칠판에 빼곡히 적혀 있다.
97년까지 50여개였던 고양시 이삿짐 업소는 이후 해마다 급증해 현재 150여개로 늘어났고 분당을 포함한 성남시도 비슷한 급증세를 보이며 현재는 190여개에 이른다.
우체국도 바쁘다.
고양 일산우체국에는 하루 9만여통의 우편물이 접수되는데 이중 1500여통 정도가 이미 떠나버린 옛 주인을 찾지 못하고 다시 우체국으로 돌아온다. 때문에 직원들은 반송우편물을 처리하느라 늘 분주하다.
하지만 각 정당 지구당 직원이나 정치인들은 주민들의 들락거림이 달갑지 않다. 단골은 없고 언제나 ‘뜨내기 손님’들이라 관리가 될 턱이 없기 때문. 분당구의 현역 국회의원 지구당 관계자는 “동별 책임자가 전출입자의 성향을 파악하고는 있지만 워낙 많은 숫자라 정확한 파악이 불가능하다”며 “지역구 ‘관리’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부끄러울 정도”라고 털어놨다.
분당은 서울 강남에서 전입해오는 인구가 많고 다시 용인 수원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 일산도 비슷해 수도권 일대 전입이 많고 전출은 부근의 파주 김포로 집중된다고 동사무소 직원들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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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영기자>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