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부악문원은 이문열씨가 사재를 들여 설립한 사숙(私塾), 즉 개인 교육기관이다. 원생들에게는 입학후 3년간 무료로 숙식이 제공되며 개인공부와 토론을 통해 문학 한문등 인문학적 소양을 쌓게 된다. 졸업생의 면면을 보면 ‘첫 농사’ 치고는 흡족한 수준이다. 단국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입원한 ‘막내’ 김태수씨(28)는 지난해 중앙 문예지로 등단했다. 이규화씨(29)는 아직 실적은 없지만 가능성 풍부한 문학 재원으로 꼽힌다.
나머지 졸업생들은 일단 문학의 길을 비껴 나갔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여인준씨(30)는 얼마전 MBC 프로듀서로 입사했고, 연세대 법과대학원 석사과정을 병행했던 권승기씨(31)는 ‘법과 문학’을 주제로 졸업논문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 가운데 권승기씨는 “대학에서도 제대로 공부할 수 없었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과 ‘4서 3경’ 등 고전을 자발적인 토론을 통해 배우면서 글쓰기에 대한 평생 자양분을 얻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그는 “세상과 결별해 공부와 창작에 몰두하다 보니 세상에 뒤처진 듯한 위기감을 한 두 번 겪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들과 밤새 술을 마시면서 토론을 벌이는 등 허물없이 지냈던 이문열씨의 고민은 다른 데 있다. 수료생들이 활동하는데 행여나 자신의 이름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그것이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부악문원 출신이란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이들에게 당부했을 정도다.
문학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줄면서 지망자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지만 이씨는 올해에도 4기 신입생을 뽑는다. 이달말까지 이력서와 200자 원고지 100장 분량의 자기소개서를 보내면 심사와 면접을 거쳐 5명 가량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씨는 “지금까지는 축적된 인문학적 소양을 위주로 선발하다 보니 명문대 졸업자에 치우쳤다”면서 “올해에는 자기 표현력 등 문학적 재능 부분에 더 주안점을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031―636―8861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