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팔만대장경을 조판했던 사찰인 인천 강화군 선원사 앞마당에 호랑나비(사진) 한 마리가 며칠 전 한낮에 홀연히나타났다.
“이 추운 겨울에 나비가 웬 일이야.”
“호랑나비 같은데, 그러면 길조처럼 상서로운 나비이니 얼어죽지 않게 안으로 들여놓아야겠어.”
말귀를 알아들었는지 호랑나비는 펄럭이던 날개를 접고 눈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주지인 성원스님이 절 안의 ‘역사기념관’에 들여놓았다가 사람들에 의해 잡히지 않을까 걱정돼 다시 다실(茶室)로 옮겼다.
“방안이 따듯하니까 더 생기가 도는 것 같네.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 기념 사진을 찍어둘까.”
“스님, 정말 사람 말을 알아듣나 봐요. 사진을 찍자니까 사진앨범 옆에 조용히 내려앉았네요.”
‘호랑나비’ 가수 김흥국씨는 평소 알고 지내는 주지스님으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고 기뻐했다.
폭설 속에 찾아온 이 겨울 ‘진객’은 오늘도 다실에서 사찰측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지내고 있다.
<박희제기자>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