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인터뷰]'CB Mass', "우리? 솔직한 음악한다!"

  • 입력 2001년 1월 22일 17시 44분


우리 가요계는 90년대부터 현재까지 발라드와 댄스 음악이 대부분의 음반 판매를 독점하면서 나머지 장르는 그 존재 여부조차 미미한 상황이다.

장르의 편중현상은 일부 스타들의 부와 명예를 안겨준 반면 다수의 기성 및 신인 가수에게는 설자리가 없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오버그라운드의 그늘 속에 묻혀 있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이 이 살벌한 가요 전쟁터에 그 존재를 드러냈다.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서울 홍익대 부근의 언더 밴드의 도발적인 사운드는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말달리자'의 '크라잉 넛'을 비롯해 '언니네 이발관' '델리 스파이스' 등 제각기 개성있는 음악을 시도하는 언더 밴드들의 활약은 척박한 가요계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아직 그 영향력이 크지 않지만 우리는 언더 사운드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동아닷컴 엔조이 뮤직은 '언더 릴레이 인터뷰' 시리즈를 통해 국내 가요 시장의 아웃사이더들의 진지한 음악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편집자 주>

'CB Mass' 3명의 첫 인상은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악동' 같았다. 텁수룩한 수염에 헐렁한 바지, 반항적인 눈매가 그랬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이들은 수수한 한국 청년의 모습으로 자신의 주관을 또렷하게 드러냈다. 요즘 펑키한 분위기의 힙합곡 '진짜'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CB Mass'의 커빈(김종헌), 최자(최재호), 개코(김윤성)는 "비록 오버그라운드 무대에 서지만 언더 정신을 잊지 않는다"며 말문을 열었다.

▼ 요즘 공중파와 음악 케이블 TV에 자주 얼굴을 보였다.

- 커빈: 일단 우리를 알린다는데 일정 정도 만족한다. 노래할 무대가 많아지면서 활동 영역이 넓어졌고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이 생겼다는 게 작은 변화라면 변화다. 다만 언더 출신 아티스트로서의 명분과 방송의 특수성을 고려해 절충점을 찾고 있다. 우리의 주장만을 고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사 심의나 복장 등 예민한 부분은 양보하고 있다.

▼ '비판적인 두뇌집단'(Critical Brain Mass)이라는 그룹의 이름이 다소거창한 느낌이다. 멤버들 모두 본명 대신 가명을 쓰는 이유도 알고 싶다.

- 최자: 그룹 이름은 우리 나이 또래에서 비판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루겠다는 의도에서 지은 것이다.

- 개코: 최자와 신사 중학교 동창인데 그때부터 친구들로부터 불린 별명이고 커빈 형은 뉴질랜드에 살 때 영문 이름이다.

▼ 이번 앨범을 들어보면 가사에 욕설, 속어 등 직설적인 표현이 많다. 재킷에 가사를 올리지 않은 것은 그 때문인가?

- 최자: 우리 음악은 랩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가사가 길다. 노랫말을 전부 넣으려다 보니 재킷이 단행본처럼 두꺼워져서 인터넷 홈페이지(www.cbmass.com)에 올려놓았다.

- 개코: 여과되지 않은 거친 표현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방송용으로 재녹음을 하는 등 수정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우리 노래에 나오는 말은 일상 생활에서 누구나 쓰는 것이어서 크게 이질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CB Mass'는 흔히 정통 힙합 그룹으로 평가된다.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말한다면?

- 커빈: 우린 정통 힙합 그룹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힙합이 주류를 이루는 것뿐이다. 새로운 음악을 접하면 그것을 수용하고 변화하기 때문에 우리에겐 주력 상품이 없는 셈이다. 'CB Mass'의 음악? '솔직한 음악' '다 벗고 있는 음악' '힙합과 다양한 사운드가 융화된 음악'으로 봐달라.

▼ 이번 앨범은 묵직하고 장엄한 분위기부터 가볍고 재기발랄한 멜로디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수록돼있다. 'CB Mass'의 진짜 색깔은 어떤 것이며 대표적인 노래를 추천한다면?

- 커빈: 약간은 어둡고 웅장한 느낌의 '나침반'이 우리 색깔이다. 'CB Mass'를 알릴만한 노래라면 '서울 블루스' 'The Movement 2'를 권하고 싶다.

♬ 노래듣기

  - 서울 Blues
  - The Movement II

▼ 언더 뮤지션으로서 기성 가요계에 대한 생각은?

- 최자: 다른 가수를 비방하거나 욕할 필요는 없다. 그 사람의 스타일을 인정하면 그뿐이다. 우리나라 음악 시장은 너무 좁고 여기서 서로 깎아내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일 뿐이다.

- 개코: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1월초 일본에서 현지 힙합 가수들과 합동공연을 열었고 앞으로도 콘서트와 싱글 발매를 추진중이다.

▼ 서태지의 콘서트에서 오프닝 밴드로 출연한 계기는 무엇이며 그의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나?

- 커빈: 서태지와 양현석이 우리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고 전해 들었고 흔쾌히 무대에 올랐다. 오프닝 공연 때 기타를 맨 록 그룹이 대부분이었는데 우리만 마이크와 여성 백댄서와 함께 올라가 약간은 쑥스럽기도 했다.(웃음)

- 개코: 추구하는 음악은 다르지만 서태지는 '변신의 귀재'인 것 같다. 많은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대단한 뮤지션이다.

▼ 'CB Mass' 멤버들이 음악을 시작한 계기와 팀 결성 과정을 알고 싶다.

- 최자: 개코와 함께 고등학교 때부터 힙합 카피 밴드 활동을 했고 대학에 들어간 뒤 98년 'K.O.D'라는 힙합팀을 만들어 서울 홍익대 부근의 클럽 '마스터 플랜'에서 노래를 불렀다.

- 커빈: 뉴질랜드에서 친구와 신디사이저로 음악을 만들다 96년 한국에 돌아와서 무작정 악기를 구입해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했다. 명지대 이병묵 교수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고 힙합은 물론 샹송, 레게 등 다양한 음악을 좋아했다.

- 개코: 커빈 형의 제안으로 99년 'CB Mass'를 결성했고 '2000 대한민국' 음반에 '나침반'을 수록했는데 네티즌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다. 작년 10월에 발표한 데뷔앨범이 10만장이나 나갔다고 하더라.(웃음)

▼ 올해 계획은?

- 커빈: 요즘 '드렁큰 타이거' 3집 작업을 도와주고 있고 3월초에 일본 뮤지션과 합동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진출 부분도 조만간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갈 것 같다.

- 최자: 전국을 돌며 동료 힙합 뮤지션과 연합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고 단독 콘서트는 2집이 나온 뒤에나 열 생각이다.

▼ 동아닷컴에 추천하고 싶은 음반이 있다면?

- 피트 록의 '솔 서바이버', 레게의 역사인 봅 말리의 '서바이벌' 그리고 일본 힙합 그룹 '솔 스크림'의 동명 타이틀 앨범을 추천한다.

▼ 'CB Mass'가 국내 가요계에 '비판적인 사운드의 대명사'가 되길 바란다. 끝으로 다음 언더 릴레이 인터뷰 주자를 소개해달라.

- 고급스러운 퓨전 음악을 추구하는 '롤러 코스터'와 신예 힙합 그룹 'Da Crew'를 인터뷰 해달라.(언더 릴레이 인터뷰 2탄으로 계속)

황태훈 <동아닷컴 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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