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씁쓸한 경고장

  • 입력 2001년 1월 28일 18시 44분


“상 받을 사람이 경찰서행이라니…. 일한 게 죄겠죠.”

경기 고양시 일산구청 사회위생과 직원 A씨에 대한 한 동료 공무원의 푸념이다. 그는 “공무원이 시민을 잘 모시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기가 죽어서는 안되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A씨는 최근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당해 경찰조사를 받았고 감사실로부터 ‘앞으로 잘하라’는 경고성 서류 한통을 받았다.

그가 저지른 ‘직권남용’.

그는 며칠전 한 산후조리원을 찾아가 실태조사를 벌였다. 그곳에 머물던 영아가 비위생적인 시설 때문에 장염에 걸렸다는 제보를 해온 시민단체 간부와 함께 위생상태를 점검하러 나간 것. 산후조리원에 대한 마땅한 규제법령이 없어 A씨는 단속도 규제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산후조리원측은 경찰에 낸 고소장에서 “권한도 없는 공무원이 시민단체 간부까지 데리고 와 영업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다시 그런 일이 생겨도 현장에 나가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먼산을 쳐다봤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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