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첫 날부터 사노와 같은 반이 되고, 더불어 기숙사 같은 방에 배정받는 행운을 거머쥔 아시야! 문제라면 사노가 다니는 고등학교가 남학교인지라 여자인 아시야도 남자 행세를 할 수 밖에 없는 것 정도일까. 그래도 아시야는 꿈에도 그리던 사노와 매일 함께 하는 학교 생활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한편 일찌감치 자신의 룸메이트가 여자라는 걸 눈치챈 사노는 무사태평하고 낙천적이기 이를 데 없는 아시야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런 그녀의 격려와 기대로 기록갱신에 대한 중압감을 못 이겨 그만뒀던 높이뛰기에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다는 투지가 생겨나는데...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순정 만화다운 상상력과 감성으로 무장하고 있는 만화다. 남자 하나 만나겠다고 혈혈단신 태평양을 건너는 것으로 모자라 남장을 불사하는 행동파 소녀의 사랑은 무모하기 짝이 없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꽃미남들에게 둘러싸여 공주님 아닌 공주님 취급을 받는 행복한 학교생활로 귀결된다.
다소 비현실적인 상황 설정들과 소녀적 취향만 개의치 않는다면 <아름다운 그대에게>는 무척이나 사랑스런 만화다. 여자임을 속이고 남학교에 다니고 있는 위험천만인 상황에도 위축되지 않고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해 나가는 아시야의 해맑은 성격이나, 그런 아시야를 말없이 배려해주는 사노의 과묵하고 자상한 모습은 해묵은 로맨스의 전형이지만 순수하고 예쁘기 그지없다. 장면 하나, 대사 하나가 적당히 두근거리도록 포근포근하고 달착지근하게 연출한 화사하고 섬세한 그림체도 돋보인다.
뿐만 아니라 작품은 굳이 두 주인공의 로맨스에만 포커스를 좁히지 않고 고등학교 소년들의 학창시절을 소담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봄 소풍, 체육대회, 수학여행, 여름방학, 축제, 시험 등으로 사시사철 소란스럽고 왁자한 학교 생활은 사건과 사고로 엉망이 되기 일쑤지만 모두가 함께 최선을 다했다는 성취감과 더불어 숨가쁘게 흘러간다. '아름다운 그대에게'라는 제목은 연심(戀心)이 아닌 그리움과 추억의 마음으로 학창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마법의 주문일지도 모르겠다.
김지혜 <동아닷컴 객원기자> lemonjam@now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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