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밝힌 출국 이유는 “공식같은 스타 메이킹 시스템에 끌려가기 싫었다”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해 “서태지식 마케팅 전략” 또는 “국내 가요계에서 자신이 없었을 것” 등 가요계 주변에서는 여러 분석과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는 현재 뉴욕 인근의 소도시 에지워터에서 3집 ‘파트 투’를 녹음 중이다. 그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뮤직비디오 등 홍보에 의욕을 보였는데 왜 되돌아갔나.
“혼란스러웠다. 뮤직비디오와 수록곡 세곡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 기준이 뭔지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가수에게 ‘개인기’를 요구하는 TV 쇼 프로도 혐오스러웠다.”
―라이브 공연 등으로 활동할 수 있을 텐데.
“물론이다. 그렇지만 음악적으로 기가 꺾인 입장에서 다시 음악으로 승부하고 싶은 마음이 급했다. 그래서 3집의 ‘파트 투’를 서두르고 있다. 원래 3집은 더블 음반으로 기획했고 그 절반을 미리 발표한 것이다. 나머지 절반을 완성해 음악적인 평가를 받겠다. 4, 5월경에 귀국해 라이브 공연 위주로 활동할 예정이다.”
―3집 판매가 아직 10만장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음반 판매가 예상보다 좋지 않은 것 아닌가.
“지난 음반보다 반응이 조용한 것 같다. 굳이 이유를 따지자면 새음반이 ‘미국식 힙합’에 충실해 한국 팬들에게 낯설기 때문인 듯하다. 이번 음반은 이곳(미국)의 흑인에게 들려주면 엄지 손가락을 세울만큼 미국적이다.”
―그룹 ‘송골매’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타이틀곡 ‘에피소드 2:러브 이즈’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대중화 전략인가.
“타이틀곡은 기획사가 비즈니스 측면에서 선정한 것이다. 나는 음반을 만들 뿐이다. 음반을 만드는데 나 이외의 다른 변수가 개입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타이틀곡이 뭐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래도 3집까지 낸 가수라면 음반 판매에 대한 욕심은 당연하지 않은가.
“음반 판매가 맘먹는대로 되는가. 이번 음반은 힙합 마니아들을 위한 것이다. 처음부터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내놓겠다고 맘먹었다.”
―가사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제재를 받았다. 일부를 수정했는데 그것은 힙합 정신에 어긋나는 게 아닌가.
“궁극적으로는 팬들이 판단할 문제다. 특히 나는 선정성 판정에 대한 방송사의 확실한 기준을 원한다. 내 노래의 궁극적 메시지는 희망이나 우정이다. 그에 대한 표현의 일부가 방송사의 ‘어떤’ 기준에 걸린 것이다. 기준이 확실하면 나의 표현도 달라지지 않겠는가.”
―방송 불가를 인정한다는 뜻인가.
“아니다. 노래를 원천 봉쇄하기 보다 아티스트의 고유 스타일을 존중해달라는 요구다. 미국 방송은 욕설 가수를 아예 상대하지 않기 보다 방송 중 문제의 가사를 지운다.”
―급히 되돌아간 것을 두고 가요계에서 자신감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파트 투의 마무리가 급했다.”
―그곳은 아는 팬이 거의 없어 여자 친구를 편하게 사귈 수 있을 것 같다.
“오히려 시간이 더 없다. 녹음이 공동 작업이므로 일과 기다림이 반복된다.”
―버클리 음대 휴학 중인데 공부는 언제 마칠 예정인가.
“공부는 계속 할 것이다. 병역은 연기된 상태이고. 정말 한국 가수들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것 같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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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정통힙합의 재기발랄함, 조pd 3집 |
*문화평론가 김종휘가 본 조pd
조pd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아이디어가 많은 감각적인 인물’이란 생각이 든다. 앨범마다 수록곡을 배열하는 순서나 각 수록곡의 사운드로 미루어 보건대 아마도 그는 세련되게 다듬지 않으면 못 참는 까다로운 취향을 가진 것 같다.
이번 3집에서 선보인 한국말 랩 운율처럼 재치있는 대목도 많다. 그러나 조pd가 음악적 실험이나 창작에서 특별히 남다르다는 인상은 들지 않는다. 그보다는 끼있는 프로듀서라는 느낌이 앞선다.
아울러 조pd는 앨범 제목과 수록곡 곳곳에서 드러나듯 ‘스타덤’과 ‘베스트’를 추구하는 야심찬 젊은이다.
인터넷과 PC통신에 음악을 mp3로 유통시켜 ‘얼굴없는 사이버 힙합 래퍼’로 데뷔한 경력이나, 3집까지 시종일관 공격적이고 냉소적인 메시지를 유지하는 모습도 그의 음악 외적인 ‘카리스마’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발표될 때마다 그의 앨범에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연달아 ‘훈장’을 달아준 국내 방송사의 심의제도도 그의 이미지 메이킹에 역시 한몫했다.
문제는 조pd가 그런 컨텍스트를 활용했거나 수혜(피해?)를 입으며 떠올랐다는 사실에 있다. ‘제2의 서태지’니 ‘저항정신의 대변자’니 하는 저널리즘의 말잔치는 물리더라도, 그가 한국 방송과 대중음악의 스타 마케팅 시스템에 도전장을 낸 뮤지션임을 스스로 천명해왔다는 사실은 조pd를 해석하는 중요한 텍스트다.
그렇지만 CF와 패션 모델 등 다양한 매체에 등장하는 그의 행보는 그 메시지를 희석시켜 아쉽다. 전략은 2%가 부족해도 순식간에 허물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김종휘(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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