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기다려 자리를 잡았다. 공연장은 예상대로 어린이들 천국. 물개들의 날렵한 묘기와 익살스러운 몸짓이 나올 때마다 해맑은 웃음소리와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한 장면이라도 놓칠세라 다들 일어나 지켜보는데 앞자리의 젊은 남녀만 예외였다. 꼭 부둥켜안은 채 여자의 귓불을 입으로 간질이는 남자. 여자도 싫지 않은 듯했다.
C씨의 부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그들을 조용히 타일렀다.
“애들도 많은데 민망하게….”
남녀는 아랑곳 않고 점점 대담한 애정행각을 벌였다. ‘음란 비디오’를 방불케 할 정도가 된 순간.
참다 못한 C씨 부인이 남편의 모자를 벗겨 힘껏 남녀를 후려쳤다.
“도대체 뭐하는 짓이야! 당장 나가!”
화들짝 놀란 청춘남녀는 멋쩍은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옆좌석의 중년 남자가 “어 시원하다”고 말했다. 그날은 무척이나 추운 날이었다.
<최남진기자>nam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