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마법의 숙제'…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 입력 2001년 1월 30일 20시 32분


엄마 왜 비가 와?

코흘리개 아이에게 이런 질문을 받으면 누구나 당황하기 마련이다. 이때 “구름이 말이지…”로 운을 떼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인데, 요녀석은 금세 “왜 구름이 생기는데?” 하고 되물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 꼬마의 질문공세에 휘말리지 않을 해결책 하나. 카사블랑카에서 태어나 프랑스어로 소설을 쓰는 작가 다니엘 페낙은 “이럴 때는 사물이 최종적으로 무엇에 쓰이는지를 말해주면 된다”고 충고한다.

다시 말해 “엄마, 왜 비가 와?”라는 질문에는 “꽃들이 자라기 위해서란다”라고 말해주는 게 최선이라는 것. 페낙은 이 방법으로 아이들의 궁금증을 적어도 5분 간은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다니엘 페낙의 장편소설 ‘마법의 숙제’(문학동네)는 인생에서 어린 시절이 차지하는 중량감을 재미있게 다룬 책이다. 예로부터 어른들의 꿈은 다시 아이가 되는 것이고 아이들의 꿈은 빨리 어른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이 꿈이 현실이 된다면?

페낙은 그 꿈을 ‘악몽’으로 묘사한다. 끔찍한 작문 선생님 크리스탱. 어려운 숙제를 내주고 학생들을 골탕 먹이는 것으로 유명한 이 선생님이 하루는 ‘여러분이 어른이 되고, 여러분의 부모가 아이가 되는’ 상황을 써보라는 숙제를 내준다. 힌트는 단 한 가지. 상상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투덜거리며 이 숙제를 하던 아이들이 다음날 깨어났을 때, 이들은 정말 어른이 돼 있다. 몸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하고 입안은 텁텁하다. 학교에 안 가도 돼서 편한 줄만 알았던 어른들의 세계가 생각처럼 좋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이들은 아이들의 세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어른이 된다는 게 얼마나 불행한지를 크리스탱 선생님을 통해 깨닫게 된다. 왜냐하면 크리스탱 선생님이야말로 아이 시절을 아이답게 보내지 못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린 시절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고약한 숙제를 내줬다는 것이 드러나자, 크리스탱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린 시절을 무사히 치러냈다는 확신은 얼마나 감미로운 것일까! 자신이 어디서 오는지 제대로 알고 있을 때만이 현재의 제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거예요! 자신이 예전에 저질렀던 바보 짓거리를 다 알고 있을 때에만 말이지요!”

하지만 크리스탱 선생님의 숙제는 멋지다. ‘상상은 거짓말이 아니에요’라는 힌트를 달고, 한번쯤 아이에게 이런 작문 숙제를 내주는 건 어떨까?

저자 다니엘 페낙은 파리 빈민촌 벨빌에서 중학생을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카보 카보슈'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이 작품 '마법의 숙제'는 발표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동시에 영화로 개봉돼 좋은 평을 얻기도 했다.

<마법의 숙제/다니엘 페낙 지음,신미경 옮김/문학동네/332쪽/8.000원>

안병률 <동아닷컴기자>mok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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