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0월 미국 하바드대에서 열리는 한일합방에 관한 최초의 국제학술회의 ‘한국병합의 역사적 국제법적 재검토’를 앞두고 1차 워크샵이 1월 25일부터 28일까지 미국 하와이에서 열렸다. 이 워크샵에 참가했던 백충현 서울대 법대 교수(국제법)가 이번 회의의 성과와 의의를 정리했다. <편집자>
일본의 한국 병합에 관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많은 학자들이 사료를 발굴하고 연구 업적을 축적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 소관의 1차사료들은 대개 극비문서로 분류되어 접근이 불가능했다. 물론 일본 외교사료관과 공문서보관소 등의 소장 사료 다수가 자료집으로 간행되긴 했으나 편집자의 주관이 개입되고 관련 2차 자료의 추적이 어려운 현실이어서 1차 자료로서 한계를 갖고 있다.
한국측 1차 자료도 체계적인 발굴과 정리가 미흡하고, 일본을 포함한 외국학자가 활용하기에는 정보부족과 언어상의 장애가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세계사 속의 한일 관계는 21세기를 맞아 새롭게 전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공감대를 이루고 있었다. 이번 워크샵은 아직도 그 중심과제로 남아있는 ‘일본의 한국병합 문제’를 국제 사회가 객관적으로 조명해보기 위한 행사라는 의미가 있다. 이번 행사는 두 차례의 워크샵에 이어 10월 하버드대에서의 본 회의로 꾸며진다.
당사국인 한국(남북한 포함)과 일본의 학자들은 국제사회 학계가 공유할 수 있는 자료의 완성을 위해 두 차례의 워크샵 중 1차는 한국측이, 2차는 일본측이 자료수집과 발표를 맡았다.
특히 이번 1차 워크샵은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의 슐츠(Schultz)소장과 조직위원인 하와이대 강희웅 교수(역사학)의 각별한 배려와 지원으로 가능했고, 비교적 만족스런 성과를 거뒀다.
이번 1차 워크샵에서 이태진 교수(서울대·국사학)는 1876년 수호조규에서 1910년 병합조약에 이르는 모든 1차 자료를 체계화하면서 사료의 핵심내용을 정리했고, 주요 쟁점 제기와 관련된 2차 자료들을 완벽하게 제공했다. 이교수가 소개한 자료 중에는 일본 전문학자조차 처음 알았다는 것도 있었다.
김기석 교수(서울대·교육사)는 병합 과정에서 대한제국이 독립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노력한 황제의 밀서와 특사들의 활동자료, 그리고 미국―일본 간의 외교적 술수가 진행된 새로운 자료 여러 편을 생생한 사본으로 보여 줬다.
이근관 교수(건국대·국제법)는 여지껏 한 편에 불과했던 병합 조약에 관한 당시의 국제법적 무효주장 논문을 8편까지 발굴해 소개하기도 했다.
북한 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리종현 실장은 각종 병합 관련 자료들을 국제사회의 정의와 인류의 양심에 비추어 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역시 북한 사회과학원 법학연구소의 정남용 교수는 한일 병합이 당시 중립을 표방했던 대한제국에 대한 국제법 위반이자 침략이라고 밝혔다. 이번 워크샵의 특징은 관련국간의 국제적 협력은 물론 역사학과 국제법학 간의 학제적 연구를 시도한 것이다. 또 워크샵에서 남북한이 공조하면서 중심적 역할을 한 것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4월 일본 도쿄에서의 2차 워크샵에 이어 10월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리는 최종 학술행사는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의 역사학자 국제법 학자들도 본격적으로 참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