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확산되고 있는 광우병 파동이 대규모의 소 도축사태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레나테 퀘나스트 독일 농업장관은 지난달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당초 생후 10개월 이상된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실시할 방침이었으나 광우병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 우려가 있는 30개월 이상된 소 40만마리를 모두 도살키로 했다”고 밝혔다.
퀘나스트 장관은 “현재 마가린과 안심스테이크 등 주요 식품을 통한 광우병 전염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10개월 이상된 모든 소를 검사할 경우 시일이 너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같이 방침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독일 농업부는 소 도살의 모든 권한을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식품관리청에 위임키로 했다.
소 40만마리를 도살하는 데 드는 비용은 축산업자의 피해 보상과 폐기에 드는 것까지 포함해 16억마르크(약 9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소 1만5000마리를 도살한 프랑스는 독일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광우병 전염 우려가 있는 소 4만8000마리를 추가로 도살할지를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와 영국 등에서도 대규모의 도살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광우병 검사장비를 구하지 못한 포르투갈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도 검사 대상이 된 소들을 모두 도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96년 1차 광우병 파동 때 영국에서 85만마리가 도축되는 등 EU 전체에서 460만마리가 도살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프란츠 피슐러 유럽연합(EU) 농업담당 집행위원은 “광우병의 실태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며 “광우병 퇴치를 위해 EU와 각국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특히 EU가 지난달 29일 광우병 전염 우려가 있는 소의 등골(척수) 등 티본스테이크와 안심스테이크 등 인기 쇠고기 제품을 판매 금지하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축산업자는 물론 도매업 요식업 유가공업체 등에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독일 농민들은 당국의 소 도살 결정에 항의해 30일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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