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빌 게이츠는 오마하 여행 중 친구 워렌 버핏을 만났다. 그들은 기분좋게 근처에 있는 맥도널드 체인점에 가서 치즈가 듬뿍 들어있는 햄버거 하나씩을 먹었다. 버핏이 월스트리트저널지에 밝힌 바에 따르면, 그들은 햄버거를 사랑할 뿐만 아니라 맥도널드 체인점은 둘 사이의 공감대를 마련해주는 장소이다.
과연 햄버거의 어떤 점이 두 명의 억만장자들을 매료시킨 것일까. 또 이미 대중화된 패스트푸드식 식생활이 건강에 해를 끼치지는 않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최근 미국에서 출간된 책 ‘패스트푸드 국가’에서 찾을 수 있다. 책의 첫 머리에서 저자 에릭 슐로서는 맥도널드사에 대한 몇 가지 수치들을 인용하면서 패스트푸드의 어두운 측면을 이야기한다.
“쇠고기 돼지고기 감자를 미국에서 가장 많이 구매하는 맥도널드는 전세계적으로 2만8000여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다. 또 미국의 노동자 8명 중 한 명 정도는 맥도널드와 관련된 일을 한 적이 있다….” 슐로서는 맥도널드의 상징인 황금색 아치가 “기독교의 상징인 십자가보다 더 널리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슐로서는 먼저 ‘공장식 제조과정’을 지적한다. 비숙련 조리사라고 할지라도 패스트푸드 체인점의 공장같이 생긴 주방에 들어서면 ‘똑같은’ 햄버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또 햄버거에 사용된 고기 한 조각에는 수십 혹은 수백마리의 다른 소들에서 나온 고기들이 섞여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슐로서는 이런 처리과정 때문에 식중독에 감염될 위험이 일반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8년간 ‘E콜리’균 등에 오염된 햄버거 때문에 식중독에 걸리거나 숨진 사람이 수백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가 인용한 수치가 과장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편안한 마음으로 패스트푸드 식당을 찾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슐로서가 지적한 ‘어두운 측면’은 단지 건강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는 패스트푸드 산업 이면에 가려진 △비숙련의 외국인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고용하고 △건강에 특히 주의해야 할 어린이 중심의 마케팅을 펼치며 △패스트푸드 산업이 거대화되면서 정치인들과 연줄을 확보하려는 등의 행위를 ‘폭로’하기도 한다. 이런 패스트푸드 산업에 대한 비판은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맹신을 비난하는 데로 이어진다. 엄청난 햄버거 팬이자 맥도널드사의 대주주이기도 한 버핏을 기업가 정신이라는 이름으로 칭찬하기에 급급했다는 것. 음식 문화가 비즈니스와 결합하면서 생긴 어두운 측면에 대해서는 별다른 비판없이 자신의 일상생활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태도도 문제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http://www.nytimes.com/books/01/01/21/reviews/010121.21walker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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