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오스트리아의 교향악단 ‘빈 모차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을 도용해 외국인들로 교향악단을 구성한 다음 지난해 12월 서울 예술의 전당과 대구 전주 등에서 4차례에 걸쳐 유료 공연을 개최한 혐의다.
이씨는 한 오스트리아 유학생이 진짜 빈 모차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측에 한국 공연을 갖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제보함에 따라 검찰에 적발됐다.
사건이 불거지자 국내 음악팬들은 “유명 대학 교수가 협연하고 수많은 관객이 관람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보자 한 사람에 의해 사건이 불거졌다는 점은 우리 공연계의 사전, 사후 평가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근절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검찰은 협연자로 나선 대학 교수 13명이 M아트콤 측에 무대 출연비 등의 명목으로 모두 1050만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이들은 무대 출연 경력이 학교의 교수 업적 평가와 직결되는 나머지 악단의 실체 따위에는 신경쓰지도 않았다는 것.
이러한 사기공연이 앞으로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 크다.
우리나라에선 이번 사례가 처음이지만 홍콩의 경우 지난해 열린 러시아 모스크바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유령 단체’의 공연이었다는 점이 밝혀져 공연기획사의 등록이 취소되는 등 말썽을 빚기도 했다.
해외 유명단체의 내한 공연 중에도 이름값을 무색하게 하는 졸속 공연이 빚어져 관객들의 항의를 받기도 한다.
지난해 내한한 영국 L오케스트라의 경우 “은퇴단원 예비단원 등이 상당수 연주에 참여해 질 높은 공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았다.
전문가들은 가짜 공연이나 수준 미달의 공연을 유치하는 기획사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음악 팬들도 나름대로 옥석을 가려 공연을 선택해야 할 부담을 안게 됐다.
<유윤종·이명건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