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하의 카툰월드]18살 여고생때로 되돌아간다면…

  • 입력 2001년 2월 4일 18시 34분


■‘18 again’(모리타 유코·대원씨아이)

어느 날, 내가 전혀 다른 나로 살아가게 된다면 어떨까. 뚱뚱하고 내성적인 성격에서 당당하고 아름다운 최고의 영화 배우로 거듭난다면? 남자에게 속고 세상에 버림받아 결국 화류계의 밑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30세의 여자가 18세 여고생으로 돌아간다면?

모리타 유코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환상을 매력적으로 충족시켜준다. 모든 것을 처음으로 돌리고 싶은 욕망, 게임처럼 리셋(reset) 버튼을 눌러 삶을 다시 설정하고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는 리셋의 미학에 기초한 만화가 모리타 유코의 ‘사랑의 기적’과 ‘18 again’이다.

◇화류계 밑바닥생활 탈피

‘사랑의 기적’은 갑자기 집안에 들어온 미인 유키노 때문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은 츠카모토 다에코가 의사 히지리의 도움으로 미녀가 된 뒤 이전의 소극적인 삶을 버리고 일본 최고의 배우로 새롭게 삶을 디자인한다는 이야기다.

전혀 상반된 캐릭터, 순수하고 착한 다에코와 자기를 위해 타인까지 희생시키는 악한 유키노의 극한 대비로 이야기는 흥미를 더한다. 하지만 복잡한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선택된 많은 양의 대사는 독자를 질리게 하며 비극적인 과거도 부담스럽다.

‘18 again’은 ‘사랑의 기적’이 주는 과도한 감정의 무게 대신 밝고 명랑한 환상의 본질에 접근한 작품이다. ‘사랑의 기적’에서 비극의 과거는 오늘을 사는 주인공 다에코, 유키노, 히지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리셋 버튼을 이용해 새롭게 시작했지만 과거의 기억에 얽매여 있다.

◇연예계로 진출 승승장구

그러나 ‘18 again’에서 오오하시 소노코의 과거는 경험의 자산으로 존재하며 오늘을 디자인하도록 도와준다. 1999년 30세의 소노코는 핑크클럽에서 일하는 한물간 화류계 인생에 불과하지만 1987년 고교시절로 돌아온 소노코는 미래를 예측하며 연예 매니지먼트로 승승장구한다. ‘18 again’이 바라보는 과거는 게임의 논리에 가깝다. 우리가 게임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해 과거의 경험치를 현재의 게임에 투영하는 것과 같은 논리가 ‘18 again’에는 존재한다.

모리타 유코의 만화는 누구나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현란한 시각적 연출보다는 이야기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캐릭터들도 여성작가들이 보여주는 조형적 아름다움보다는 만화적 과장에 충실하다.

여성 작가 작품의 특성에 익숙하지 못한 남성 독자들이 읽어도 무리가 없다. 조금 더 과장되게 표현하면 여성 만화 입문서라고 불러도 좋다. ‘사랑의 기적’과 ‘18 again’을 비교해 보며 ‘환상’과 ‘꿈’의 실현 패턴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만화평론가)enterani@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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