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네게브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아인 아브다트(신의 우물)’ 공원. 이 공원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스데 보케르(Sde Boker) 환경전문 고등학교의 야외 수업 가이드 에이탄 로멤이 학생들에게 필드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이 망원경을 들여다보세요.” 고성능 망원경을 들여다 본 학생들이 “와∼” 환호했다. 큰 새 중의 하나인 ‘벌처’가 알을 품고 있는 장면이 포착된 것. “몸길이 1m에 날개를 폈을 때의 폭이 2.8m나 되는 새입니다.”
학생들은 ‘자연의 위대함’에 절로 감동받는 모습이었다. 한 학생이 질문했다. “이 깎아지르는 듯한 협곡은 어떻게 생겨났죠?” “이 일대는 석회암과 초크로 이뤄져 있는데 침식 작용으로 10만년 전 계곡이 형성됐습니다. 그리고 저기 큰 동굴이 보이죠. 비잔틴 시대 사람들이 살던 곳이에요.”
스데 보케르 고등학교. 환경 및 관련 과목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4년제 기숙사 학교로 이스라엘 초대 총리를 지낸 벤구리온이 은퇴후 정착했던 이곳에 1977년 설립됐다. 이런 방식의 학교는 세계에서도 유일하다. 학생수는 220명이지만 교사 35명에 가이드가 15명이나 된다. 이 곳을 서울 지역 환경교사 15명이 이스라엘 외무부 산하 마샤브(국제교류재단) 초청으로 환경 연수(교보교육문화재단 후원)차 방문했다.
사막 한가운데 환경전문 고등학교를 세웠다는 것부터 인상적이었다. 스데 보케르는 ‘아침의 땅’이라는 뜻. 교장 조하르 말리니아크는 “인간은 자연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환경이 위기에 빠졌는데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 깨우칠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창의성 교육을 중시합니다. 창의성은 호기심에서 나오죠. 야외 수업을 많이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수업 방식도 특이했다. 한 테마에 대해 인문 과학 환경 등 3명의 교사가 함께 가르치는 통합 교육 시스템이 가장 흥미를 끌었다. 3명의 교사가 주제를 선정하고 세부 교육과정을 만들어 분야별로 수업 또는 워크숍을 지도한다는 것. 가령 ‘인간이 자연에 적절하게 행동하고 있는가’라는 주제를 주고 2개월간 워크숍을 한 뒤 그 결과를 심포지엄을 통해 발표토록 한다는 설명이다.
학생들이 방과 후 인근 키부츠 주민들과 함께 환경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환경 활동을 벌이는 것도 교육적으로 흥미 있는 대목. 또 성적을 학생이 직접 매기는 시스템,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 방식 등도 이채로웠다.
초등학교 환경 교육은 어떨까. 텔아비브 시내에 있는 사이언스 초중등학교. 학생 750명에 교사는 70명. 역시 학생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수업 방식에 공감이 갔다. ‘식물의 줄기를 거꾸로 놓으면 어떻게 자랄까’ ‘담배연기는 식물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등의 의문을 품게 되면 온실에서 실험을 시키고 실험 결과를직접 강의하도록 한다. 미국에서 이민온 7학년 토머는 수업 내용을 소개하고 “무척 재미있다”며 활짝 웃었다.
놀이 형식의 교육 자재 등을 구비해 놓고 환경교육을 대행해 주는 기관도 있다. 텔아비브 시내에 있는 CBI환경교육센터. 한 담당자가 여우나 족제비 등 동물의 그림이 새겨진 카드를 모빌에 걸어놓고 모빌을 툭 쳤다. 모빌이 흔들거리다 중심을 찾았다. “지진이 일어나도 이렇게 다시 평형을 찾게 되죠.” 이번에는 카드를 하나 뽑자 금세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밍크코트를 만들기 위해 동물을 무분별하게 없애면 이렇게 영원히 생태계의 균형이 깨집니다.”
이스라엘의 환경교육 역사는 건국 역사만큼 짧다. 일반 학교에 다양한 주제의 환경 교육이 도입된 것은 80년대 들어서다. 환경 과목을 채택하는 학교가 계속 늘어 150개에 이르지만 아직 채택하지 않은 학교도 있다. 쓰레기 분리수거라는 개념 자체가 없을 만큼 우리나라보다 뒤진 부분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아주초등학교 교사 박계화씨는 “학생들이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갖도록 하고 얼토당토않은 질문이라도 ‘의문의 싹’을 짓밟지 않으며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유도하는 수업 방식은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고 평가했다.
<스데보케르〓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