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트렁크에서 골프백을 꺼낸 뒤 타석을 고르는 후배를 “창피하니까 구석으로 가자”며 잡아끌었다.
“야! 이게 말로만 듣던 드라이버구나. 이건 퍼터고….”
“선배는 7번 아이언만 갖고 놀아.”
90대 후반을 치는 후배의 ‘훈수’가 계속됐다.
“하체는 절대 움직이면 안 돼. 가슴과 두 팔은 삼각형을 유지하고. 고개도 들지 말고. ‘헤드업’이라고 들어봤지?”
몇 번인가 빈 스윙을 한 뒤 드디어 자세를 잡고 공을 노려보는 J씨. 후배의 당부를 하나하나 되새기며 힘껏 휘둘렀다.
기대했던 ‘딱’소리는 나지 않고 ‘퍽’하며 코앞에 떨어진 얄미운 하얀 작은 공. 대신 7번 아이언이 저만치 날아가 그물 위에 사뿐 얹혔다.
“왜 이리 손에 땀이 나냐?”
“장갑 끼라는 말을 잊었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