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약재의 향기로 문화재를 보존한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최근 유기질 문화재(지류 섬유질 목재류)를 보호해주는 향기 방충방균제를 개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가칭 ‘문연―2000’. 전통 천연약재로부터 방충 방균 성분을 추출해 이를 휘발성 향으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천연향을 이용해 문화재 보존 방충방균제를 개발한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있는 일. 천연향이기 때문에 인체와 환경에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
이번 개발은 옛 선조들이 천연 약재를 통해 유물을 보존했다는 과거의 기록에 착안한 것이다. 선조들은 불상 내부의 복장(腹藏)유물이나 탑 사리함의 유물을 안치하면서 천연약재를 함께 넣어 보관했다.
문화재연구소 개발팀이 천연 약재에 무언가 비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은 1999년. 이후 2년 동안 곽향 침향 청목향 등 10여종의 전통 약재를 실험한 결과 두 종류의 약재에서 방충 방균 효과가 있는 향을 확인하게 됐다.
연구소는 그러나 “현재 특허청에 특허 출원 중이어서 특허가 날 때까지 두 종의 약재 이름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쌀바구미 흰개미 넓적나무좀 등에 대한 실험을 통해 ‘문연―2000’의 살충살균력이 뛰어나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번 개발은 선조의 지혜를 현대 과학으로 다시 확인했다는 점, 문화재 보존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도 활용할 수 있고 나아가 외국으로 수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 성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