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표찬용 '뒤샹의 사색전'

  • 입력 2001년 2월 6일 18시 40분


◇엽기! 변기로 풍자한 '현대의 性'

여성의 미끈한 두 다리를 본 뜬 대형 마네킹이 거꾸로 세워져 있는 전시장에 들어서면 남녀의 성(性)을 주제로 한 갖가지 작품들이 보는 이의 시선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갤러리 다임의 개관 기념전으로 열리고 있는 ‘미술의 힘’전 한쪽 코너에 설치돼 있는 작가 표찬용(34)의 ‘21세기 뒤샹의 사색전’.

마르셀 뒤샹은 일상용품에 불과한 변기를 갤러리에 전시함으로써 미술계에 일대 혁명을 일으켜 현대 미술계의 대부로 불리는 인물. 그는 뒤샹의 작품을 나름대로 해석해 만든 기발한 작품들을 7월말까지 전시하고 있다.

남성의 소변 변기 한 가운데 여성의 손이 튀어 나와 있고, 변기 위 벽에는 여성의 유두(乳頭)들이 실감나게 붙어 있다.

전시기간 중 카페로 운영되기도 하는 이 코너에는 사람들이 차나 술을 마실 수 있는 탁자와 의자들이 놓여있는데 이같이 엽기적인 작품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다. 유리로 된 탁자 안에 여체(女體)가 그려져 있고 발모양 마네킹 모형이 탁자 위로 올라 와 있다. 의자는 대변을 보는 변기의 내부 공간을 쿠션으로 채워 사람이 앉을 수 있게 고안됐다. 엽기적인 또 하나의 작품이 있다. 천장에 남녀가 용변을 보는 장면이 실제 크기로 부착돼 있는 것. 밑에서 바라본 남녀의 아랫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표씨는 “현대 문화의 코드인 섹스문제를 가벼운 풍자와 유머로 다루고 싶었다”면서 “일반인들도 미술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술의 힘’전 본 전시장에는 7일부터 13일까지 조계형 정영훈 한계륜 등이 참가하는 영상설치전이 열린다. 02―739―1425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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