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백두대간을 화폭에" 한국화가 김선두

  • 입력 2001년 2월 6일 18시 43분


◇민족의 산하 더듬으며 1년간 종주…

한국화가 김선두(金善斗·43·중앙대 한국화과 교수)에게 올해 큰 꿈이 하나 있다. 지리산에서 설악산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토의 등뼈인 백두대간(白頭大幹)을 종주하며 산과 산 자락의 논밭, 그리고 이 곳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촌부(村夫) 등을 화폭에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백두대간’ 작업이다.

그는 이달말부터 앞으로 1년 동안 격주로 등산에 나선다. 매번 등산코스를 이어가면서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것이다. 그는 벌써 가슴이 설레는 듯 등산 가방에 소형벼루, 아교물감을 담는 접시, 스케치북과 두루마리 종이, 그림 그리는 종이를 받쳐주는 합판과 담요 등 각종 화구(畵具)를 가득 챙겨 넣겠다고 말한다.

“속세를 벗어나 산과 산자락의 여러 풍물들을 그리다보면 순수한 우리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나게 될 것 같아요. 화폭에 백두대간의 산하를 생생하게 살려낼 겁니다.”

그가 이번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두루마리 그림. 매번 두루마리를 이어가며 그림을 그리고 나중에 그 자체를 작품으로 전시한다. 뿐만 아니라 이를 밑그림 삼아 다른 작품들도 만들 생각. 2002년말 경 이 그림들을 한자리에 모아 대규모 전시를 갖는다는 구상이다.

이 작업은 우리 그림의 정체성을 찾아 꾸준히 애써온 그의 작업 과정이기도 하다.

1984년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고 이듬해 미술대전 한국화 부문에서 특선을 수상하면서 촉망받는 신예작가로 떠오른 그는 한동안 경제개발의 그늘에 가려졌던 서민들, 서커스 곡예사 등 채색 인물화를 많이 그렸다.

그러다 88년경부터 고향인 전라도 지방의 부드러운 산과 언덕, 붉은 황토, 한과 풍류를 화폭에 옮기는 ‘남도(南道)’ 시리즈를 그렸고, 이어 질경이 엉겅퀴 등을 소재로 한 ‘그리운 잡풀들’ 시리즈를 했다. 96년부터 하고 있는 작업은 잡풀 시리즈를 변형시킨 ‘행(行)’ 시리즈.

“어느 해인가 달력이 하나도 없어 제가 직접 그림을 그린 뒤 그 위에 유리를 덮고 요일을 나타내는 ㅇㅎㅅ, M T W 등의 기호를 그려 사용했지요. 거기에 사람 만날 약속 등 여러 가지 기록들을 써넣다가 보니까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더라구요” 이 것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것이 ‘행(行)’시리즈다. 이 작품들은 화면 아래에 논밭과 강을 연상시키는 빨강 노랑 파랑 등의 원색이 분할해 칠해지고 그 위에 장지콜라쥬 기법으로 잡풀들이 검은 색으로 강조된다.

그는 “‘행’ 시리즈의 연상 선상에서 이번 작업을 하되 이전의 모든 실험과 모색을 종합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두대간이 그의 작업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궁금해진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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