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미터 늘어선 택시 행렬 맨 앞의 차에 서둘러 짐을 싣고 승차한 K씨.
“영등포로 가 주세요.”
“손님, 영등포는 단거리인데요. 단거리 택시는 요 앞에 따로 있는데….”
“그럼 지금 내리란 말이에요. 짐까지 다 실었는데?”
귀국 첫날의 기분을 택시가 망쳐놨다는 생각에 더 역정이 났다.
“아니, 올해가 한국방문의 해라는데…. 이러니까 맨날 외국인들한테 욕먹는 거 아니에요?”
“그게 아니고요, 죄송합니다. 그냥 갈게요. 사실 여기 새벽 5시에 나와 꼬박 두시간 기다렸거든요. 요즘 너무 벌이가 안돼서….”
머쓱해진 K씨. ‘내가 좀 심했나. 다들 어렵다는데 우리끼리라도 서로 돕고 살아야지.’
집 앞에 도착한 K씨는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을 기사에게 건넷다.
“거스름돈은 됐어요. 아침식사나 하세요.”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