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만 해도 독립문(1897년 건축), 명동성당(1898), 덕수궁 석조전(1907), 한국은행(1912), 서울역(1925), 서울시청(1925) 등이 있지 않은가.
제대로 된 목록조차 없을 정도로 근대 건축물에 무관심한 우리. 그 한국 근대건축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앞장서는 사람들이 있다.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한국건축역사학회. 회장인 김동욱 경기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근대 건축은 현대 건축과 과거 건축의 교량이다. 그런데도 한국의 건축학은 너무 현대에만 치중해왔다. 그로 인해 한국건축사는 단절된 상태다.”
한국건축역사학회가 창립된 것은 1991년. 건축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흔적,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파악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회원인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건축은 공학의 산물일 뿐 아니라 역사적 인문학적 산물로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건축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건축역사학회는 매년 2회에 걸쳐 학술발표대회와 4회 정도의 월례발표회를 갖고 있다. 건축사를 연구하는 학회이다 보니 역사적인 건축물의 의미를 찾고 그 보존방안을 논의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왔다. 서울 경희궁 터에 서울시립박물관 시립미술관 건설이 한창이던 1993년엔 건축물이 고궁의 분위기를 해쳐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개진해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한 바 있다. 그래도 현재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근대건축물 연구 및 보존을 위해 지난해엔 근대건축물 목록을 만들었다. 올해엔 그 목록을 바탕으로 무엇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를 논의해나갈 계획이다.
건축역사학회가 근대건축물에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은 개발과 재건축 등으로 인해 훼손 및 철거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시간이 지나면 소중한 문화재가 될 건축물들인데도 일제가 지었다는 이유 등을 들어 너무 쉽게 철거해버린다. 근대건축물은 한국 근대사의 영욕의 흔적이 담겨 있는 중요한 사료다.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한다.
회원들은 전국 곳곳에서 근대건축물 보존에 앞장서고 있다. 근대상업도시인 충남 강경의 근대건축물 살리기운동을 펼치고 있는 김정동 목원대 교수가 대표적인 예. 김 교수는 “강경에서 그 소중한 근대건축물들이 흔적도 없이 헐려나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또한 김봉렬 교수처럼 예술종합학교의 예술가 지망생들에게 한국 건축의 멋과 의미를 가르치기도 하고, 김봉건 국립문화재 연구소 미술공예실장 처럼 문화재 현장에서 고건축 연구와 보존에 매진하기도 한다.
이 학회의 회원은 580여명. 모두 건축사 전공자들이다. 김동욱 회장을 비롯해, 부회장인 김성우 연세대교수, 국립문화재연구소장을 지낸 김동현 동국대 교수, 이사를 맡고 있는 이희봉 중앙대 교수, 김경수 명지대 교수, 홍성수 신흥대 교수, 조인숙 다리건축 대표, 전봉희 서울대 교수, 방철린 인토건축 대표, 배병선 한국전통문화학교 교수, 이상구 경기대 교수 등.
10년을 맞은 한국건축역사학회. 가장 큰 공헌이라면 건축이 단순한 공학적 산물 이 아니라 인문학적 산물이라는 사실을 널리 인식시켰다는 점이다. 즉, 건축을 보는 시각을 풍요롭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