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로커 박혜경 신곡 '하루'로 날개 달았네

  • 입력 2001년 2월 7일 18시 37분


“혜경아! 너 ‘하루’ 떴더라!”

개그우먼 조혜련이 가수 박혜경(26)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박혜경이 1월 중순 발표한 신곡 ‘하루’의 인기 바람을 요즘 한창 방송으로 바쁜 조혜련도 실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혜경은 가요계 데뷔 이전부터 조혜련과 절친한 사이다.

음반 주문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하루 7000∼8000장선. 이 추세라면 여성 로커들이 넘기 어려운 10만장 선은 금새 넘어설 듯하다.

‘하루’는 2집 ‘O2’의 타이틀곡으로 록발라드.

‘하루’는 박혜경의 가창력과 곡 해석력이 돋보이는 노래다. 국내 몇 안되는 여성 로커로 록의 질주와 발라드의 아늑함을 절묘하게 배합해 이별의 아픔을 촉촉하게 전한다. 노래 한곡에서도 목소리를 여러 갈래로 피어나게 하는 기량도 돋보인다. 최애순씨(54·인천시 부평구 부평2동)는 “TV를 통해 듣다가 박혜경의 목소리 자체가 매력이 있어 딸에게 권했다”고 말했다.

박혜경은 “슬픈 노래를 빠르게 부른 게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팬들이 좋아한다”며 “팬들의 반응이 리듬에 비례해 온다는 속설이 맞는 것 같다”고 말한다.

타이틀곡은 팬클럽 ‘라벤더’회원과 기획사 직원 50여명의 투표로 선정했다. 마지막에 ‘아이 캔(I Can)’ ‘비밀’ 등 세곡이 경합했는데 ‘하루’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아이 캔’은 국내 모던 록의 대표 주자 중 한사람인 박혜경의 색깔이 고스란히 담고 있는 노래다. 나른한 분위기와 도발적인 창법, 가수의 조용한 카리스마 등이 여성 로커 세릴 크로를 연상시킨다. ‘비밀’은 디스코 리듬의 흥겹고 경쾌한 노래로 후렴구에서는 박혜경의 앙징맞은 몸짓이 떠오른다. ‘너에게 주고 싶은 세가지’는 ‘일기예보’ 출신의 강현민이 작사 작곡한 노래로 새침떼기 소녀가 입을 삐죽 내미는 것 같은 분위기의 예쁜 노래다.

새 음반의 매력은 이처럼 다양한 스타일의 수록곡으로 ‘듣는 노래’가 많다는 점이다. 박혜경은 “기타나 드럼, 목소리로 만들어지는 록사운드를 오묘하게 만들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박혜경은 1997년 ‘더더’로 데뷔한 뒤 1999년 11월 솔로로 나서 ‘고백’ 등으로 15만장 판매를 기록하며 국내 모던 록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2집은 그 가능성이 얼마나 피어나느냐는 가늠자인 셈이다.

예민한 탓으로 두 가지를 병행하지 못해 남자 친구를 사귀고 싶은 맘은 없다고. 그러나 그는 “결혼을 해도 코트니 러브 등 외국의 여성 로커처럼 아이 낳고도 신나는 록으로 질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라이브 공연에서 작은 몸짓이 믿기지 않을만큼 카리스마를 내뿜는 그는 3월중순 라이브 1관에서 무대를 갖는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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