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 S화실에서는 매주 토요일마다 어머니들의 ‘품앗이 과외’가 열린다. 친구이자 미술계에 종사하고 있는 주부 4명이 선생님으로 나섰고 이들의 만 3∼6세 자녀 8명이 수강생들.
첫 수업이 시작된 3일의 활동 주제는 ‘촉각적인 자극, 아이들의 반응’이었다.
먼저 아이들에게 분말 밀가루를 선보이자 “눈처럼 희고 곱다”며 손으로 만지고 얼굴에 뿌리는 등 신나게 장난을 친다.
“자, 밀가루에 물을 뿌리면 어떻게 되나 보자.”
한 ‘아줌마 선생님’이 2단계 실습으로 유도하자 아이들은 그릇에 담겨 있던 밀가루에 물을 부었다.
“너무 차갑고 기분 나빠요.” “괴물 손 같아요.”
밀가루에 물을 뿌리자 아이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끈적끈적한 밀가루 반죽에 소금을 넣도록 하자 점도가 확연히 떨어졌고 이같은 물체의 변화에 아이들은 마냥 신기해하는 모습이었다. 다소 부드러워진 밀가루 반죽으로 설날 때 먹었던 떡과 만두를 빚고 물감으로 예쁘게 색칠도 했다.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 전공을 살려 아이들에게 집단 미술교육을 시키기로 했어요. 다양한 미술 재료로 시각 청각 촉각 등을 자극시켜 감수성을 발달시키고 창의성, 사회성 등을 길러주려고 해요.”
강의 주제를 전담하는 김진연씨(34·하상장애인종합복지관 미술치료사)의 설명.
그는 “미술 재료로 적절한 자극을 주게 되면 정서 불안, 유사 자폐증 등의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의 치료가 가능하다. 정상적인 아이들도 창의력과 정서가 더욱 풍부해지고 발달된다”고 강조했다.
‘품앗이 과외’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미술 작품을 기교적 측면에서 평가하지 않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또 그림 등 아이들의 창작품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내면세계를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주력한다.
이를 위해 크레파스, 물감, 찰흙, 밀가루 등 다양한 미술 재료를 마음껏 다루게 하고 비누거품찍기, 손가락 풀놀이, 데칼코마니, 재활용품 조합놀이 등 갖가지 미술 게임을 진행시킬 계획이다.
김씨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에는 걱정, 소망, 관심사 등 여러 가지 심성이 담겨 있지요. 그 그림을 놓고 대화를 하다 보면 무의식속에 잠재했던 기억들이 표출돼 아이들의 표현력도 좋아져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가나아트센터(서울 종로구 평창동·02―3217―0237)에서 13, 14일 열리는 ‘어머니 미술교실―예쁜 꿈이 있는 아이로 키우려면’의 강사로 나선다.
<박희제기자>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