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고민은 설 때 싹이 트기 시작했다.
“큰아버지 세배받으세요…. 세뱃돈 주세요….” “고모부 세뱃돈 줄 거지요?”……
내심 혼을 내주고 싶었지만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아 꾹 참았던 A씨. 게다가 잘 돌봐주지 못하는데 모처럼 엄마와 집안 친척을 만나 어리광 피우는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하지만 설 연휴 내내 만나는 사람마다 세배를 하고 돈을 달라고 떼쓰는 모습을 보면서 장난감과 먹을 것만 사주고 대화 한번 제대로 못하는 자신을 되돌아보다가 ‘퇴직 갈등’이 생긴 것.
갈등의 최고조는 며칠전 있었던 시댁 제사에서 벌어졌다. 딸아이가 웬일인지 어른들을 따라 얌전히 절을 두 번 한 것까지는 좋았다. 제사가 끝나자 아이가 큰소리로 울며 외친 한마디, 아직도 A씨의 얼굴을 붉히게 만든다.
“아이, 세뱃돈은 누가 주는 거야!”
<이동영기자>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