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옆 전원주택' 주목

  • 입력 2001년 2월 11일 19시 18분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98년 ‘US 여자 오픈 골프대회’가 열린미국 위스콘신주 쾰러블랙울프런골프클럽. 박세리 선수가 양말을 벗고 워터해저드의 경사진 러프에 놓인 공을 쳐냈던 골프장으로 우리 국민에게 널리 알려진 곳이다. 눈썰미 있는 시청자라면 당시 박 선수의 그림 같은 샷에 열렬히 환호하던 갤러리들 사이로 그림 같은 집들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그런 집들을 비싼 값에 분양하기 위해 골프장을 부대시설로 설치하는 경우도 적잖다. 이제 이 같은 상황은 더 이상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에서 골프가 대중화 하면서 이같은 주택 수요가 급증하자 업체들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골프장 주변에 들어서는 전원주택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고 아파트 건설업체들도 아파트 주변에 위치한 골프장을 분양홍보 자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부에선 ‘골프장 8학군’이 나올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할 정도다. 국내 주택시장에도 ‘골프장 마케팅’이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에 700가구 이미 조성중

▽골프장 전원주택 현황〓수도권의 골프장 중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 ‘은화삼CC’에 가면 그린과 연못를 끼고 있는 목조주택 ‘샤인빌’을 볼 수 있다. 현재까지 지어진 것은 9가구에 불과하지만 이 곳에는 모두 56가구의 목조주택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샤인빌처럼 경기지역 골프장에 지어지고 있는 ‘골프장 전원주택’은 대략 700여 가구.

골프장 전원주택은 크게 개방형과 비개방형으로 나눌 수 있다.

개방형은 집에서 골프코스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집을 말한다. 은화삼CC에 있는 전원주택이 대표적인 예다. 이곳에선 집에서 카트를 타고 바로 골프코스에 들어가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주택의 조경도 골프장측이 맡는다. 입주자는 1500만원 상당의 전동카트를 제공받는다.

비개방형은 골프장 주변에 위치해 있지만 골프코스로 바로 들어갈 수는 없는 집을 의미한다. 다만 거실에서 골프장을 내다볼 수 있고 별도의 출입구를 통해 골프장에 갈 수도 있다.

‘남서울CC’를 끼고 들어서는 ‘남서울 파크힐’이 대표적으로 집이 골프장 안 골프코스보다 높은 지대에 들어설 예정이다.

‘골드 코리아CC’에는 개방형과 비개방형이 섞인 전원주택이 들어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열층 프리미엄 최고 1억원

▽골프장 주변 아파트〓다음달 입주 예정인 경기 용인시 구성면의 ‘동아 솔레시티’.

이 아파트는 시공사(동아건설)가 부도나고 시행사(한국부동산신탁)가 파산지경이지만 웃돈(프리미엄)이 적잖게 붙어 있다.

특이한 것은 일반적으로 인기가 높은 남향보다는 동향쪽 아파트가 더 비싸게 거래된다는 점. 한성CC와 접한 125, 127, 132동은 프리미엄만 1억원 정도인데 남향 로열층 아파트는 최고 5000만원 정도다. 이 같은 차이는 ‘한성CC’를 볼 수 있느냐 여부 때문에 생겼다.

◇아파트분양때 골프장 인접 홍보

▽골프장 마케팅〓서울 남쪽의 경기지역에서 분양되는 아파트 광고물에는 대부분 ‘골프장 인접’이라는 문구가 들어간다. 용인시 수지읍 LG빌리지가 대표적인 예. 이 아파트 광고를 맡았던 LG애드 강창식차장은 “골프장이 가깝다는 것은 주변에 ‘정비된 전원’이 있다는 뜻이고 그만큼 고급아파트라는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집을 사면 골프장 회원권을 주는 곳도 있다. 한국통나무주택은 경기 화성군 동탄면에서 전원주택을 분양하면서 인근 ‘골드CC’의 회원권을 준다. 이 회사는 입주자에게 무료 골프레슨까지 해줄 예정이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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