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향악단의 개성은 연주홀의 개성"

  • 입력 2001년 2월 11일 19시 23분


“저건 로열 콘서트헤보의 연주로군.”

관현악곡 음반을 사모으다 보면 어느 순간인가 악단의 특징이 귀를 붙드는 경우가 있다. 알고 보면 악단의 특징이라기 보다 악단이 연주하는 연주장소의 특징인 경우도 많다. 연주회장은 악단의 음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음악 전문지 ‘월간 클래식’ 2월호에 음악칼럼니스트 이재준이 자세한 내용을 공개했다.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직육면체 상자’꼴의 무지크페라인잘은 밝은 석고와 벽면의 목재가 밝은 반사음을 만들어낸다. 이 악단이 고집하는 독특한 구조의 호른은 다소 뭉개진 듯 부드럽고 편안한 ‘빈 사운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어느 홀에서 연주해도 두터운 현의 소리결과 광채나는 음향을 들려주지만 1963년 문을 연 ‘베를린 필하모닉 홀’이 ‘하이파이 홀’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어떤 방향에서도 대칭이 생기지 않아 부자연스런 잔향이 없다.

△로열 콘서트헤보〓악단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것처럼 ‘벨벳과 같은 현과 황금빛의 금관’을 뽐낸다. 연주장인 ‘콘서트헤보’의 내부는 무대로부터 탁 트이게 일직선으로 뻗어 있으며 불규칙한 내부면이 많아 음의 산란(散亂) 특성이 좋다. 포근하고 따뜻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1841년 개관한 전용극장 ‘젬퍼오퍼’의 영향으로 풍부한 현의 울림, 그윽한 목질의 관악기 음색, 묵직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금관을 선보인다. 음반은 대부분 ‘젬퍼오퍼’가 아닌 인근의 성 누가 교회에서 녹음하지만 이곳의 음향도 비슷한 점이 재미있다.

△런던 악단들〓런던의 3대 콘서트홀인 바비칸 센터, 로열 페스티벌 홀, 로열 앨버트 홀은 음향 등급에서 ‘C’이하를 받을 정도로 악명이 높다. 이 악단들이 지휘자의 개성을 잘 살려주지만 자신들의 특징있는 음향을 만들지 못하는 것도 이같은 환경의 영향도 있다. 음반 녹음은 대개 교회나 스튜디오를 이용한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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