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행사가 ‘여성’에 집중하게 된 것은 한국여성작곡가회의 창립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
음악제 초청작곡가로 선정된 이영자 (전 이화여대 교수)의 작품을 비롯한 박영희 허방자 등의 작품을 소개하는 ‘한국여성작곡가 작품연주회’가 두차례에 걸쳐 마련되고, 학생작품 연주회와 워크샵 등도 풍성히 준비된다.
특히 세기 전환기를 대표하는 구 소비에트 출신 작곡가 소피아 구바이둘리나(70)의 ‘오페르토리움(헌정)’이 16일 개막연주회에서 국내 초연돼 관심을 모은다.
‘오페르토리움’은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에게 헌정돼 도이체 그라모폰 (DG)레이블로 소개된 뒤 알려진 작품. ‘동시대 음악’에 인색하기로 소문난 ‘메이저급’ 클래식 레이블이 현재 활동 중인 작곡가의 작품을 발매하는 것은 ‘사건’으로 꼽힌다. 구바이둘리나의 작품은 신비주의적이며 민속악기를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해 강렬한 음색을 나타낸다.
이번 레파토리 가운데 구바이둘리나 윤이상 베베른의 세 작품은 바흐가 ‘음악의 헌정’에서 사용한 ‘대왕의 주제’를 따라 쓰고 있어 이번 음악제에서 ‘여성’과 함께 또 하나의 연결고리를 이룬다.
또 ‘여성’과 ‘윤이상’을 묶는 공통분모는 개막연주회에서 연주되는 윤이상의 ‘교향곡4번―어둠 속에서 노래함’. 윤이상은 “동양의 모든 불행한 여성들에게 이 곡을 바친다”고 밝힌 바 있다.
희망이 없는 삶 속에서 해방을 위해 부르는 여성들의 노래가 윤이상 고유의 어법으로 표현된다.
통영시는 축제 개막일인 16일 오후 4시 시내 해방교∼해저터널 간 800m 구간을 ‘윤이상 거리’로 선포하는 선포식을 가질 예정이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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