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PC방 한 쪽에 중학생으로 보이는 형제가 컴퓨터 앞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내가 형을 평민 정도로 금세 만들어 줄 수 있는데. 형도 한 일주일 밤을 새우면 약골은 면할 수 있을 거야.”
“평민은 뭐고 약골은 뭐야?”
두 사람의 대화에 등장하는 계급은 회원이 수백만명이라는 한 인터넷 게임 사이트에서 회원에게 부여하는 캐릭터다. 동생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 사이트에서는 게임에서 자주 이기면 높은 계급을 얻고 지면 낮은 계급으로 떨어지거든. 계급이 낮으면 게임에 참여하기도 힘들어.”
인터넷 게임 초보자인 형이 ‘영웅’인 동생에게 “평민 위의 계급 순서는 어떻게 돼”하고 물었다.
“평민 다음은 중수, 그리고 고수, 영웅, 지존, 초인, 신의 순서지. 평민 아래는 하수, 그 다음이 약골.”
“그럼 약골 아래는?”
“바보.”
<이은우기자>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