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인생의 '쉼표' 찾아 떠나보자"

  • 입력 2001년 2월 13일 19시 19분


◇가야산 '마음수련원'

10일 오후 서울에서 기차와 택시를 갈아타고 5시간여만에 도착한 마음수련원. 해인사에서 10여분이나 더 깊이 들어가야 하는 심산유곡에 자리잡고 있지만 의외로 엄숙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수련원측은 마땅한 장소가 없어 고시원 건물을 빌려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훌훌털고 7일간 자기 수행

삶의 무게에 허덕이다 마음의 평화와 자유를 찾아온 200여명의 수련자들은 여느 종교단체의 수도자 못지 않게 진지한 표정들이다.

“진정한 ‘나’를 찾고 싶다면 이곳에 있는 동안 모든 것을 버리십시오.”

결연한 각오를 요구하는 수련원의 가르침에 따라 수련생들은 각자 방을 배정받은 뒤 홀로 자기와의 치열한 싸움에 들어간다.

이곳 수련원은 특히 기존 종교나 일체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고유한 수행 방식으로 대학교수와 변호사, 의사 등 지식인층이 몰려들고 있다.

세상에 불만과 좌절을 가진 이들을 상대로 내세를 얘기하고 불만을 삭혀 주는 곳이기보다는 사회적 성취를 이룬 이들에게 ‘마음의 평안’과 ‘참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종교 벽 없고 지식인층 많아

김&장법률사무소 장세원 고문(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을 비롯해 한양특허법인 김연수 대표(변리사), 목포가톨릭병원 정신과 김재환과장(의학박사) 등이 이 곳을 다녀간 뒤 주변에도 ‘마음공부’를 적극 권유하고 있는 인사들이다.

또 목사와 신부 승려 등 성직자들도 거리낌 없이 한자리에 모여 자기 수행의 시간을 갖는다.

하버드대 정책학박사 출신의 경희대 권기헌교수(사회과학부)는 최근 이곳에서 얻은 정신적 희열을 ‘가야산으로의 7일간의 초대(한언)’라는 책을 통해 담담하게 털어놓고 있다.

“앞만 보고 달리는 삶만을 살았고 결과를 이루기만 하면 행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사회적 성공의 잣대만으로는 행복이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고 고통스러웠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소개로 한 달간의 수행을 거

친 뒤 ‘몸과 마음이 완전한 조화에 들어 유리알처럼 맑은 의식과 고요한 마음 상태’를 체험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곳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떠나는 이들의 말은 한결같았다. “그동안 내리누르던 좌절과 분노, 불안과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돼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고.

수련생들은 이곳의 수련 방식을 “일체의 종교적 허례없이 마음이 무엇인지 똑바로 알려주면서 마음을 비우는 구체적인 방법을 과학적으로 명쾌하게 제시해 준다”고 요약했다.

◇'자신을 버리는 과정'부터 하나씩

지성-입성-전인 단계 수련

소문이 나면서 불혹을 넘기고 숨가쁜 인생에 쉼표를 찍기 위해 찾아오는 중년 남성들에서부터 남편문제, 자식문제에 시달리며 마음의 병을 앓아온 중년 여성들도 이 곳을 찾아오고 있다.

마음수련원에서는 마음을 ‘지난 삶의 기억된 생각’으로 간단히 정의한다. 수행은 삶에 찌들며 살아온 자신을 버리는 과정, 즉 ‘마음 죽이고 버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수련생들은 방(1인 1실)을 배정받은 뒤 벽 앞에 앉아 마음 속에 떠오르는 기억들을 차례로 버려나가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이렇게 죽고 버리는 과정과 함께 ‘이 모든 것을 버리고도 남는 나는 누구인가’를 응시하다보면 자유자재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이치다.

이처럼 자신의 본성을 깨닫는 ‘지성(知性)단계’를 거친 뒤, 마음에서 벗어나 본성에 드는 ‘입성(入性)단계’, 몸에 밴 습관을 닦아내고 생사(生死)가 하나임을 깨닫는 ‘전인(全人)단계’ 등의 순으로 수행은 진행된다.

이 수행법이 특히 지식인들의 관심을 받는 이유에 대해 수련원 관계자들은 “기존 종교는 ‘깨달음’ ‘거듭남’의 목표는 제시하고 있지만 이에 도달하는 실질적인 방법을 가르치는데는 미흡했다”면서 “마음수행법은 명쾌하게 마음을 정의하고 비우는 방법을 분명하게 가르쳐 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수련원 박영웅원장은 “마음을 비우면 몸과 마음의 건강도 되찾게 될 뿐만 아니라 지혜의 눈도 밝아져 올바른 삶의 길이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96년 이 수련법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뒤 제자들에게도 이를 전수한 ‘도인’이 이 수련원의 창시자라면 창시자. 그 후 제자들은 가야산의 한 고시원을 빌려 일반 전파를 시작했고 그동안 수련원을 거쳐간 회원의 수는 1만명을 넘어섰다. 지금도 가야산 본원(055―931―3439)에서 매주 80여명이 일주일간의 지성단계 수행에 들어간다. 서울(02―3436―9952)과 지방에 흩어져 있는 25개 지역수련원에서도 같은 내용의 수행을 할 수 있다.

◇지역별 마음수련원 연락처

지 역

연 락 처

가야산 본원

055-931-3439

서울본부

02-3436-9952

양재

02-529-1164

신도림

02-2631-8041

미아

02-989-6590

압구정

02-546-9952

서대문

02-392-9952

연신내

02-385-9952

관악

02-888-9952

천호

02-476-9952

인천 간석

032-435-0508

경기 안양

031-384-9953

대전

042-257-1020

부산 좌천

051-631-9825

부산 양정

051-853-1246

대구 범어

053-742-6433

대구 송현

053-621-4697

울산 반구

052-297-2285

전북 전주

063-245-0600

전북 익산

063-833-9032

광주

062-511-3132

경북 구미

054-458-2001

경남 마산

055-281-8881

경남 진주

055-742-4171

제주

064-744-3399

<가야산〓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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