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 슬픈 사랑과 이별이고 그의 가성 창법은 다친 짐승처럼 가슴앓이를 토해낸다.
연극으로 치면 비극이다. 조관우는 비극의 카타르시스를 믿는다.
“제 노래를 듣고 슬프다면 확 우세요. 그러면 슬픔이 말끔히 가시니까요.”
음악평론가 강헌씨는 “한민족 고유의 한(恨)의 정서를 현대적인 리듬앤블루스로 뽑아내는 가수로 그만한 슬픔을 표출하는 이는 가요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6집 '연'내고 데뷔후 첫 TV 나들이>
최근 발표한 6집 ‘연’(緣)도 다르지 않다.
조관우는 “슬픔을 앓고 있는 팬들은 음반을 듣고 한껏 아파하세요”라고 말한다.
타이틀곡 ‘사랑했으므로’는 전형적인 조관우 스타일의 발라드다. 특유의 중성으로 5옥타브까지 오르는 고음, 사무치는 슬픔의 분위기 등. 가사도 비극적이다.
‘…혼자 가야겠죠/영원을 꿈꾸며/약속해버린 다음 세상으로/…/아무렇지도 않아요/사랑했으므로…’
가사가 지나치다는 지적에 조관우는 “극단적인 상황을 노래한 게 아니라 슬픔의 카타르시스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10대 장르인 힙합도 그를 거치면 슬픔의 드라마가 된다. ‘괜찮아요’는 힙합과 여성 듀엣 ‘애즈 원’의 랩이 들어가 있지만 조관우의 애상은 여전하다. ‘예감’ 역시 경쾌한 리듬이지만 허전한 슬픔이 배어 나오고 리메이크곡 ‘가을 편지’도 마찬가지.
<자작곡 일변도 탈피, 남의 곡 받아 변신 시도>
가요계에는 ‘가수는 노래대로 된다’는 속설이 있다.
“그렇지 않아요. 슬픔은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라 깊이있고 강한 생활의 일부라는 말도 있습니다. 나는 그 정서를 대변할 뿐입니다.”
조관우는 새 음반을 내면서 크게 달라졌다.
17일 MBC 가요순위프로 ‘음악캠프’에 출연하는 게 그 변화 중 하나. 조관우가 가요순위프로에 출연하는 것은 1994년 ‘늪’으로 데뷔한 이래 처음이다. 그는 KBS SBS의 가요순위프로와 ‘이소라의 프로포즈’ 등에 잇달아 출연하면서 그동안 기피해오던 TV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할 방침이다.
음악적으로도 바뀌었다. 음반을 만드는데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고 정연준 심상원 등 다른 작곡가에게 노래를 부탁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껍집을 깨 데뷔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었어요. 그동안의 나태에 대한 반성도 했구요.”
조관우가 달라진 것은 1999년말 내놓은 5집 ‘실락원’이 20만에 못미치는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다. 첫 음반 130만 판매에 이어 2집 ‘메모리’가 300만, 3집 ‘영원’이 130만을 기록하는 등 밀리언 스타였던 그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불미스런 추문과 기획사와의 불화로 인해 활동을 제대로 못한 탓이었지만 100만을 넘던 여성들의 고정표가 그처럼 줄어들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조관우는 “팬들이 냉정했다기 보다 정확한 판단을 한 것 같다”며 “새 음반은 초심의 자세로 공을 들인 만큼 팬들이 다시 한번 좋은 판단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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