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소녀' 영자 서울로… 혼자된 아빠는 하늘로…

  • 입력 2001년 2월 14일 23시 35분


“아버님께 꼭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임종조차 못하다니….”

모 이동통신업체의 TV광고에 출연해 ‘산골소녀’로 알려진 이영자(李榮子·19)양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외진 산골 집에서 혼자 살던 아버지 이원연(李原演·51)씨가 숨졌다는 소식에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씨는 12일 오전 9시15분경 강원 삼척시 신기면 대평리 자신의 집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문명과 담을 쌓은 채 심산유곡에서 화전을 일구고 약초를 캐며 살아온 이씨는 지난해 10월 외동딸 영자양이 공부하러 서울에 가는 바람에 홀로 지내왔다.

인근 마을에 사는 이씨의 형(60)은 “사흘 만에 동생 집에 갔더니 방에서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며 “딸이 집을 떠난 뒤 동생이 많이 외로워했다”고 말했다.

이들 부녀는 지난해 7월 우연히 KBS TV의 인간시장 ‘그 산 속에 영자가 산다’(5부작)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특히 영자양은 이후 이동통신업체의 광고모델이 되는 등 유명세를 탔으며 같은 해 10월 한 후원자의 초청으로 서울로 가 그동안 초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해왔다.

13일 오후 빈소인 삼척의료원 영안실에 도착한 영자양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이렇게 돌아가실 줄 알았으면 차라리 서울로 가지 않고 모시고 함께 사는 건데…”라며 오열했다.

한편 유족측은 “바깥쪽으로 열게 돼 있는 방문이 부서질 정도로 안쪽으로 당겨져 있고 방의 벽면 여러 곳에 피가 묻어 있었으며 시체가 이불로 덮여 있어 타살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삼척〓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