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못말리는 아줌마

  • 입력 2001년 2월 15일 18시 41분


자정을 막 넘긴 시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선교역에서 출발, 인근의 아파트단지를 오가는 마을버스 안.

40대 중반의 한 아주머니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아저씨 손님 그만 태우고 빨리 가요”라며 운전사를 닦달하기 시작했다.

운전사:(힐끗 뒤돌아보며) “이 차가 오늘 막차예요. 정해진 출발시간까지는 기다려야죠.”

아주머니: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거예요.”

운전사: “0시 10분에 출발합니다.” (버스 안의 시계는 0시 3분을 지나고 있었다)

아주머니: “다른 때는 대충대충 떠나면서….(분침이 10분을 지나자) 아저씨 빨리 가요.”

운전사: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아직 1분 남았어요. 저 시계는 1분 정도 빨라요.”

아주머니: “그런 게 어딨어요. 지금까지 기다리게 해놓고선. 빨리 가요. 다른 사람들은 택시를 타든지 하면 될 거 아니에요.”

버스는 10분 정각에 출발했다. 아주머니는 차에 타서 내릴 때까지 타박만 했다. 지하철역에서 아파트 단지까지는 어른 걸음으로 6∼7분 거리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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