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歲寒三友(세한삼우)

  • 입력 2001년 2월 18일 18시 25분


소나무는 草木의 君子로 불린다. 비바람과 눈보라에도 굴하지 않고 늘 푸른 빛을 잃지 않는다. 이같은 소나무의 기상은 선비의 꿋꿋한 節介(절개)와 의지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져 드디어는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나무가 되었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蓬萊山(봉래산) 제일봉에 落落長松(낙락장송)되었다가 白雪이 滿乾坤(만건곤)할 제 獨也靑靑(독야청청)하리라.

成三問(성삼문·1418∼1456)이 端宗(단종)의 復位를 꾀하다가 실패하여 죽을 때 부른 노래다. 또한 소나무는 嚴冬雪寒(엄동설한)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長壽(장수)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論語에도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날씨가 추워진 뒤라야 松柏이 시들지 않음을 알 수 있다)라고 하여 그 强靭(강인)한 기상을 언급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대나무도 못지 않다. 사철 푸르른 데다 곧게 자라므로 일찍부터 군자의 표상으로 전해졌다. 그뿐인가. 婚禮式의 醮禮床(초례상)에까지 올라 소나무와 함께 꽃병에 꽂아 두는데 신랑 신부가 松竹처럼 굳은 절개를 지키라는 뜻이 들어 있다. 그래서인지 孤山(고산) 尹善道(윤선도·1587∼1671)는 五友歌(오우가)에서 ‘내 벗이 몇인고 하니 水石과 松竹이라’하여 함께 논하고 있다.

또한 梅花는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에도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며 눈 속에서 꽃을 피워 봄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이 역시 선비의 氣槪(기개)에 비유되어 일찍부터 四君子의 한 자리를 차지했을 정도로 사랑받은 꽃이다.

이들은 엄동설한의 모진 風霜(풍상)에도 굴하지 않고 색을 변치 않으며 이겨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가을 무서리부터 凋落(조락)하기 시작하는 뭇 초목과는 확연히 다르다. 여기서 나온 말이 歲寒三友다.

사람도 그와 같지 않을까. 평소에는 優劣(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가도 극한 상황에 이르면 드러나기 마련이다. 마치 亂世에 英雄이 나고 激浪(격랑) 속에서 蛟龍(교룡)이 춤을 추듯 무릇 뛰어난 사람은 逆境(역경)에서 오히려 능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아니 逆境에 처할수록 더욱더 절개를 지키고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다.

그러나 평소에는 門前成市하다가도 막상 힘을 잃게 되면 門前雀羅(문전작라·대문 앞에 새 그물을 칠 정도로 사람의 내왕이 뜸함)가 되는 게 世態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e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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