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최근 가나아트센터의 계열사 중 가나화랑, 가나아트숍, 가나아트스튜디오, 빌레스토랑 등 주요 회사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대신 서울경매와 가나아트닷컴의 운영에만 관여할 계획이다.
“사업영역이 화랑의 범위를 넘어 다각화되고 확장되는데 화랑주인이라는 타이틀이 제약이 되더군요. 작가를 발굴하고 작품을 전시하는 화랑 등의 경영은 그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직원들에게 맡겼어요. 직원이 CEO가 돼 잘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체계화돼 자리를 잡은 업무는 직원들에게 넘기고 자신은 새롭게 도전해야 할 분야만 챙기기로 한 것이다.
그는 경매 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세계적 경매회사인 소더비나 크리스티가 한국에서 철수한 상황에서 이들 회사와 협력할 부분이 많아졌고, 경매가 미술품 뿐 아니라 점차 다른 분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경매와 연결된 창고대여업을 한국에서 처음 시도해볼 작정이다. 이는 국내 미술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한다.
“우리 미술시장이 기업이나 단체가 아니라 개인 위주로 형성돼 있어 훌륭한 작가들도 개인 애호가가 주로 사는 작고 예쁜 그림만 그리려 합니다. 더구나 대작은 보관하기도 어려워 아예 기피하지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미술품 창고대여업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그는 항온 항습 등의 시설이 잘 갖춰진 전문 창고에 미술품을 보관하면서 온라인 경매 등을 이용해 작품을 국제 시장에 내놓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미술포털 사이트인 가나아트닷컴은 이를 위해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울러 그는 기업이나 단체가 그림을 사는 환경이 조성돼야 우리 미술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그림을 구입할 경우 그 비용을 손비처리해 주도록 법인세법 시행령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떠들면서 왜 그림의 생산적 요소는 인정해주지 않는 건지 알 수가 없어요.”
그는 프랑스 영국 벨기에 등 유럽 선진국들은 미술품 구입비를 기업의 손비로 인정해준지 오래됐다고 소개한다.
그는 민중미술 작품을 기증한데 대해 “80년대 민중미술은 우리 미술사상 보기 드물게 외래사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화랑에서 갖고 있기 보다는 미술관에서 많은 시민들이 감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립미술관측은 그의 뜻을 존중해 기증작품만을 따로 모은 상설전시관을 설치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